울릉도 중학생들 육지서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드론 날리며 꿈에 그렸던 서울에서 미래직업세계 탐색"

2016-08-24 10:38:43 게재

명지대 '공감두드림 진로캠프' 제공 … 한국잡월드서 진로탐색

"재미있고 진짜 신기해요. 평소 생각했던 집과 마을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보니 속이 후련하네요" "작년에 울릉도에 찾아온 진로체험버스 덕분에 드론을 만들어 공중에 날리면서 서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서울로 진로체험을 왔네요." 고정수(울릉도 우산중학교 3학년)군이 소감을 전했다.

울릉도 중학교(우산중 울릉서중) 전교생 70명이 22일 3박4일 일정으로 육지 나들이에 나섰다.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 사업 일환으로, 교육부가 주최하고 명지대학교가 주관한 '공감두드림 진로캠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영 교육부 차관이 23일 명지대학에서 열린 진로체험 아바타 마을 만들기 체험에 참여하고 있다.


우선 첫날인 23일은 명지대학교가 준비한 학과체험에 참여했다. 건축학부 미래도시 디자인, 화학공학과 은거울 반응 실험과 야광플러버 제작, 사회교육대학원 예술심리치료학과 '아바타마을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미래 진로를 설계했다.

유병진 명지대 총장은 "공감두드림 진로캠프는 울릉도지역 중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체험을 제공하고자 마련된 프로그램"이며, "학과체험, 진로체험, 문화체험 등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학생들의 장래와 우리 교육의 미래를 함께 밝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분신 아바타를 통해 미래세계 진로탐험= 학생들은 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아바타'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마을 만들기에 나섰다.

명지대학교 사회교육대학원 교수진이 개발한 주제선택활동인 '공감두드림' 중 색채두드림 프로그램이다. 미술 활동을 통해 나 자신을 이해하고, 학생들끼리 소통 공감하는 창의인성프로그램이다.

이날 '공감두드림' 진행을 맡은 박은선(명지대학교 예술심리치료학과 주임교수) 교수는 "자기 이해, 생각나눔, 소통, 공감능력을 깨닫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아바타 마을 만들기 체험"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요즘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체험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꿈과 희망, 자신만의 비밀을 생각하게 해 가치관과 연결하도록 도와준다"고 덧붙였다.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타인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토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다름'에 대한 존중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아바타 마을

나에서 출발, 우리라는 공동체로 발전하면서 공감능력을 키우게 된다. 결국 미래 직업선택에도 자연스럽게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박 교수 설명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동물 피규어(영화·만화·게임 등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축소해 거의 완벽한 형태로 재현한 인형)를 골라 자신의 아바타로 설정했다.

그 다음 아바타가 가장 편한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이어 학생들은 각자가 만든 공간을 합쳐 '아바타마을'을 완성했다. 학생들이 평소 접하기 힘든 심리치료 영역의 진로직업체험 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미지의 셰계 도시 꾸미기 울릉도 중학생들이 명지대 건축학부에서 준비한 미래도시디자인 체험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명지대 건축학부에서 준비한 '미래도시 디자인'에 도전했다. 다양한 색 우드락과 색종이를 이용해 자신이 살고 싶은 마을을 3차원으로 설계했다. 울릉도 학생들에게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는 '도시'에 관한 주제로 공간 꾸미기를 시도했다.

이재인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도시계획의 개념과 도시의 구성요소에 대한 이해, 도시의 변화요인과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자신들이 몰랐던 도시에 대한 모습 또는 이해, 그리고 자신이 동경하고 있는 도시, 미래의 도시 모습 등을 상상해보게 하여 창의적인 상상력을 자극하고 팀활동을 통해 구성원간의 끊임없는 소통과 이해를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울릉도 학생들은 화학공학과에서 준비한 '은거울 반응 실험'과 '야광플러버 제작'체험을 하면서 긴장과 호기심이 발동했다. 눈을 뜨고 잠을 자는 순간까지 화학적인 원리와 마주하며 산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은거울 합성실험은 알데하이드에 질산은 용액과 암모니아수의 혼합액을 넣고 가열하면 시험관 벽에 은거울이 형성되는 원리를 이용, 알데하이드의 환원성을 알아보는 실험이다. 학생들은 전혀 거울이 될 것 같지 않은 작은 소품에서 거울이 탄생하자 '신기하다'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초등학생 때, 한번쯤 가지고 놀았던 탱탱볼 제작 도전에 나섰다. 비커, 탱탱볼 가루, 발광 LED 볼 등 다소 간단한 재료로 탱탱볼을 탄생시켰다. 생활 속 과학원리를 교과서가 아닌 실험을 통해 배운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마을을 3차원으로│이재인 명지대학 건축학부 교수가 도시계획의 개념과 도시의 구성요소에 대한 이해, 도시의 변화요인과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가 아이들과 약속 지켜"=울릉도 중학생들이 서울나들이를 하게 된 것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진로체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울릉도 중학생들을 위해 지난해 11월 '찾아가는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가 울릉도를 찾아갔다.

진로체험은 드론조립, 성우체험, 나전칠기 명장, 셰프 체험으로 대한민국 최고 명장들이 나섰다. 드론이 운동장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공중으로 날자 학생들은 펄쩍 펄쩍 뛰며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이들 허파에 바람만 불어넣고 가는 꼴 아니냐"며 진로체험의 한계를 걱정했다.

당시 학부모인 권정희(44. 울릉군·읍사동)씨는 "아들과 딸이 중학생인데 자유학기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 반 기대 반 했다. 울릉도는 외부와 단절된 섬이라 아이들이 좋은 체험을 할 수가 없다"며 "딸아이와 함께 학교에 와서 진로체험을 모두 지켜봤다. 이런 수업은 울릉도에 학교가 생기고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날 교육부는 아이들을 위해 꼭 서울나들이를 통해 양질의 진로체험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킨 것이 이번 공감두드림 진로캠프다.

김완식 울릉도 우산중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평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일회성이 아닌 진정한 진로교육이 될 수 있도록 도서지역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23일에는 명지대학교 유병진 총장과 경상북도교육청 이영우 교육감이 '자유학기제 지원을 위한 협약식'을 맺었다.

울릉도 중학생 진로체험


학생들은 24일에는 한국잡월드의 직업세계관, 진로설계관을 돌아본다. 시네코아 비밥 공연 등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문화체험을 마치고 25일 울릉도로 돌아간다.

이날 '공감두드림 진로캠프'를 찾은 이 영 교육부 차관은 "대한민국 교육 변화 중심에 자유학기제가 있다.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같은 출발선에 설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특히 이번 명지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보니 나 자신과 타인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대학들이 자유학기제 활성화와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의 진로체험활동 지원에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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