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압박에 보험사·카드사 속앓이
2016-08-30 10:10:08 게재
설계사 산재보험·고용보험 의무가입 강화
수수료 추가인하에 부가세 대리납부까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문진국 새누리당 의원 등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는 보험설계사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만원 이하 카드결제 때 가맹점수수료를 면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자체 '2017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 일환으로 카드사의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 도입을 포함시켰다.
◆보험사 "비용부담 감당 못해" =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들을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20대 국회 들어 다시 제출되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현재는 특수고용노동자인 보험설계사는 산재보험 가입이 허용되지만 '적용제외' 신청을 통해 가입을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설계사들은 산재보험 대신 보험사가 들어주는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다. 이런 적용제외 조항을 엄격하게 좁히자는 개정안이 19대 국회 때 제출됐지만 2014년 국회 법사위에서 발이 묶여 2년여 시간을 끌다 결국 폐기됐고, 이번에 한정애(더불어민주당)·문진국·홍영표(새누리당) 의원이 다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다.
한 의원과 문 의원 등은 이에 더해 특수고용노동자인 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이들의 고용보험료를 사업주가 50% 부담토록하고 고용보험료 요율산정 근거를 마련한 보험료 징수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보험사로서는 설계사 관리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법안들이다. 보험업계는 "설계사는 산재보험 가입 선호도가 낮은 데다 보장범위가 더 넓은 단체보험 가입을 선호하고 있어 가입의무화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고용보험에 대해서도 "시장 진출입이 자유로운 설계사에게 고용보험을 의무화하면 실업급여를 타내기 위한 업무태만 등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기금재정도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설계사들의 이직을 조장해 승환계약을 유발시키는 등 보험모집질서가 혼탁해질 수 있다는 점도 반대 근거로 삼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준비 등으로 보험사의 부담이 커지는 시점에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을 의무화하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올해 수수료 내렸는데 또?" =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를 낮추거나 면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들이 제출돼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발의한 여전법 개정안의 골자는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한 상점이나 택시 종사자들에게는 1만원 이하 소액카드결제의 경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 카드 가맹점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이 법이 시행될 경우 피해가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전체 카드결제액의 10%가량이 1만원 이하 카드결제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1만원 이하의 소액 결제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 법이 시행되면 카드사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원욱 의원 등이 지난 5월 발의한 여전법 개정안은 올 초 법 개정으로 낮아진 가맹점 수수료율을 더 낮추자는 내용이라 카드사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이 의원의 법안은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의 연간 매출액 기준을 현행 2억원, 3억원에서 3억원, 5억원으로 높이고 우대수수료율도 현행 0.8%, 1.3%에서 0.5%, 1.0%로 더 인하하자는 내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가장 큰 수익원이 가맹점수수료인데 이를 없애거나 더 낮추자는 것은 카드사와 밴사에 공짜로 일하라는 것"이라며 "당장 이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비슷한 법안들이 계속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민주가 추진하는 카드사 부가세 대리납부제도 도입 추진은 카드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사안이다. 부가세 대리납부제도는 카드결제가 이뤄지면 카드사가 물품 가액과 부가세를 나눠 물품 가액만 가맹점에 주고 부가세는 바로 국세청에 납부하는 제도다.
부가세 탈루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부가세 대리납부제도를 위해 별도 인력을 뽑아야 하고 전산 시스템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이런 비용을 보전해줄지 의문인데다, 부가세 납부 뒤 결제가 취소되면 부가세를 돌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할 각종 민원과 분쟁을 카드사가 감당해야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가맹점들도 반대하고 있다. 지금은 통상 석달에 한 번 부가세를 내지만 제도가 도입되면 사실상 매달 부가세를 내는 것이어서 그만큼 현금 유동성에서 압박을 느낄 수 있어서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국세청 고유업무인 세금징수 업무를 민간 회사인 카드사에 넘긴다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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