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북한변화의 키워드는 경제

2011-06-22 12:58:06 게재

1980년대 말 천안문사건은 중국이 건국 후 겪었던 최대의 위기였다. 건국 후 최대의 위기를 등소평은 경제로 풀었다. 등소평의 남순강화 후 모든 주의력은 경제로 돌렸고 경제는 중국의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북한문제 역시 비슷한 사고로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북한문제의 근원은 북한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정학적 접근과 그에 대한 북한의 지정학적 대응에 있다.

미국은 북한문제를 동아시아전략의 일환으로 다루어왔다. 따라서 냉전시기 북중일 북방삼각 동맹과 대결을 벌였던 한중일 남방삼각의 공조체제로 북한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협력이 나올 수 없는 접근이다.

최근 벌어진 남북의 충돌과 그에 대한 한미의 대응은 이러한 접근법이 충돌을 끊임없이 야기하는 근원임을 말해 준 것이다. 이제 이 지정학적 접근의 '대립과 대결' 고리를 끊고 지경학(地經學 GeoEconomics)적 접근의 '협조와 협력'으로 바꾸어 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문제의 돌파구는 바로 이 지경학적 접근에 있으며 북핵문제의 궁극적인 해결 역시 이 지경학적 접근에 의한 북한의 변화에 있다 할 수 있다.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와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경제회생과 경제발전에 대한 욕구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특히 후계체계 구축을 시작하면서 경제난 해소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북한문제를 지경학적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히 있다.

자의든 타의든 이제 시장경제요소는 북한경제가 돌아가는 윤활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 시장경제요소를 살리고 북한이 자율적으로 변화해나갈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한국과 주변국의 역할이어야 할 것이다.

지경학적 접근으로 전환해야

현재 중국은 지난시기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역으로 접근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지경학적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의 나진선봉, 황금평, 위화도 등의 공동개발은 예전의 양국 협력과 차원이 다른 접근법이다.

예전에 수혈식의 원조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현재의 접근방식은 북한의 조혈기능을 제고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냉전시기와 달리 현재의 중북관계는 시장경제체제와 계획경제체제의 교류이다.

시장경제체제하의 대북 투자, 무역, 교류는 기업위주로 이루어지고 기업은 시장경제의 룰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황금평이 황금이 나는 밭이라 해도 기업이 투자하지 않으면 개발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그러자면 북한은 기업이 투자하도록 자기가 변화를 보여야 한다. 어찌 보면 중국과의 교류에서 적응하는 과정이 바로 변화하는 과정일 수 있다. 중국의 경험은 경제가 회복되고 활성화되면 모든 것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실 북한도 변화하고 있다. 서방나라들과의 교류도 여러 가지 프로젝트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 온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나라들의 대학생들은 북한대학생들과의 의사소통에서 별로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학자들은 자본주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북한사회는 완전히 폐쇄된 사회가 아니다. 설혹 완전 폐쇄된 사회라고 해도 비난하지 말고 북한과의 교류와 접촉을 막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변화를 보일 때 계속 봉쇄정책을 펼치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없애 버리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현명한 방법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남북한 인적교류부터 시작해야

이 시점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 없이 중요하다. 한국은 북한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능력과 동인을 갖고 있다. 한국은 북한경제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남북한은 기싸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중국말로 양패구상(兩敗俱傷), 양쪽 모두 상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북한이 남북비밀접촉을 폭로함으로써 남북관계는 더더욱 막혀 버렸다. 어찌 보면 서로 밀고 당기다 남도 북도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난 것일 수 있다. 이제 북한경제에 초점을 둔 제3의 대북정책을 모색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그에 앞서 북한과의 인적교류를 회복해야 한다. 사람이 드나들어야 길이 생기고 길이 생겨야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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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