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하수슬러지시설 포기 후폭풍
17.3% 공정에서 중단
최대 190억 물어줘야
전북 익산시가 하수 슬러지 처리시설 건립 중단 결정의 후과를 톡톡히 겪고 있다.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과 공사에 들어간 비용 등 190억원 넘는 돈을 물어야 할 형편이다. 중단 결정에 관여한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산시는 지난 2006년부터 금강동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 슬러지(찌꺼기) 처리를 위해 익산 동산동에 처리시설 설립을 추진했다. 하루 100톤의 하수 찌꺼기를 건조소각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2013년 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해 관련 공사를 벌여왔다. 사업비 198억원 가운데 138억원을 정부가 지원했다. 동산동 주민 등이 소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건조 연료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반대에 나섰다.
2014년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경철 전 시장은 그 해 8월 공사중단을 지시했고, 공청회 등을 거친 끝에 12월 공사 백지화를 결정했다. 공사 중단에 따른 후폭풍은 컸다. 당장 공사를 진행하던 시공사가 공정률 17.3%에 투입된 공사비 46억원과 추가공사 비용 등을 요구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정부 합동감사반은 지난 2014년 익산시가 국고보조인 이 사업을 주민민원 발생을 이유로 환경부 장관 승인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공사계약을 해지했다며 익산시장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고 국비반납을 통보했다. 검찰은 당시 정책결정권자인 박경철 전 익산시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약식기소 했고, 형이 확정됐다.
박 전 시장은 지난해 10월 선거법에 발목이 잡혀 중도하차했다. 올 4월 익산시장 재선거 이후 익산시가 공사 재개여부를 놓고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해 결국 지난 9월 환경부에 공사포기를 통보했다. 이같은 결정은 당장 익산시가 감당해야 할 재정비용만 200억원에 달한다. 국비 138억원을 정부에 반환해야 한다. 시공사엔 최대 6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와 보상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하수 찌꺼기를 인근 지자체 시설에 맡겨 1톤당 7만8100원을 지불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행정·재정낭비의 대표사례로 지목되면서 정책결정권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익산시의회에선 공무원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산시도 신상필벌 방침에 따른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실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질 것인가는 미지수다. 건설사와 소송이 진행 중이고 배상금액이 정해지지 않았다. 여기에 정책결정권자의 지시를 수행한 공무원에게 고의와 과실을 물을 수 있느냐는 이견도 있다.
송호진 익산시의원은 "불통과 밀어붙이기 행정으로 익산시민과 시정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한계가 있지만 전후사정에 대한 진단과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