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문화융성 1800억 예산 직접 짜

2016-10-28 11:17:44 게재

예산편성돼 차은택이 진행

롯데 수사 직전 70억 걷기도

최순실씨가 정부의 문화융성 예산안을 직접 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TV조선은 최씨와 그 측근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부 관련 프로젝트 3건과 예산안 2건 등 총 5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자신들이 작성한 문건이 아니라고 밝혔다. TV조선은 문건에 적힌 메모의 필체가 대통령 순방일정표에 썼던 최순실씨 필체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3건의 사업계획서는 '대한민국 창조 문화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 '대한민국 문화융성 프로젝트 트루 코리아(True Korea)' '트루 코리아 실행을 위한 보고서'라는 제목이다. 또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통합사업' '문화창조센터 건립' 등 12건의 사업과 관련해 1796억원을 투입하는 예산안을 만들었다. 12개 사업은 28개 프로젝트로 각각 소요 예산이 기재돼 있다.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통합 작업' 50억원, '관광 콘텐츠 개발 및 보급' 130억원 등이다. 정부 예산안이 인건비, 용역비 등 세부항목을 나눠 구체적으로 책정하는 것과 달리 이 문건들에선 사업비의 총액만 정해 놓았다.

이 중 문화창조센터 건립은 실제 전국적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씨가 본부장을 맡은 문화창조융합본부에서 총괄했다.

이 문건들은 2014년 6월부터 9월 사이에 작성됐다. 이 시점은 문체부에 최씨 인맥들이 진입한 시점과 겹친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같은해 7월 경질되고, 8월 차은택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교수가 장관으로 임명됐다. 차씨는 같은달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후 이듬해 4월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맡았다.

한편 최순실씨는 K스포츠재단을 통해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을 추가로 걷었다가 돌려준 사실도 드러났다. 최씨가 돈을 요구한 시점은 오너일가에 대한 검찰 내사가 진행중이던 3월말이었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지난 3월말 K스포츠재단 정현식 사무총장이 찾아와 S사장과 L상무를 만나 70억원을 요구했다"며 "최순실쪽과 윗선에서 이야기가 되서 정 총장이 찾아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이미 45억원의 출연금을 낸 상태였지만 최씨의 요구로 70억을 추가로 낸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8일 한겨레신문은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롯데와의 면담 직후 안종범 수석이 전화를 해 '롯데와는 얘기가 잘돼가고 있는 거냐. 브이아이피(대통령) 관심사업'이라며 확인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70억원은 재단에 입금된 지 10여일만인 5월말 롯데쪽으로 전액 반환됐다. 한겨레는 "재단관계자가 '최순실회장님이 그냥 돌려주라'고 해서 그대로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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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장병호 정석용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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