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자발적으로 걷었다더니…"

청와대 개입 정황 곳곳서 드러나

2016-10-28 13:33:42 게재

오늘 전경련 부회장 소환

재벌그룹들이 자발적으로 미르ㆍK스포츠 재단 모금에 참여했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장과 달리 청와대가 나섰다는 정황이 드러나 주목된다.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롯데 70억원 송금건을 보면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게 사업 후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재단 관계자들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여러차례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안 수석은 "롯데와는 얘기가 잘 돼가고 있는 거냐"라고 확인을 했고 "VIP(대통령) 관심 사업"이라고 언급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롯데 관계자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보고 70억원을 내겠냐"며 "이미 최순실쪽과 윗선에서 이야기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청와대 또는 최씨 개입을 시사했다.

안 수석은 K스포츠재단이 SK에 추가 80억원을 요구했다는 증언에도 등장한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2월 29일 처음으로 SK를 찾아가 80억원 투자 유치를 설명하고 며칠 뒤 안종범 수석한테서 전화가 왔다"며 "안 수석은 'SK와 얘기는 어떻게 됐냐'며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순실씨가 SK와 이야기가 다 됐으니 가서 사업 설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사례는 전경련이 모집한 출연금은 아니다. K스포츠재단이 운영자금으로 이들 기업에서 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운영자금에 개입했다면 출연금 모금과정에도 개입했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런 정황에 더해 국회에서 더 강한 폭로가 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 회장을 청와대 관저로 불러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사업계획서를 보이면서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의원은 "우리나라 어떤 기업인도 그 어떤 누구도 대통령이 이렇게 협조를 요청하면 거부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이 협조를 요청하면서 '전화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안 수석이 재벌그룹에 전화를 한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된 점을 볼 때 대통령의 관심사업이어서 서두를 수밖에 없었지 않았겠냐는 해석에 뒷받침을 하는 발언들이다.

재벌그룹들은 대통령과 총수 만남에 대해 "모르겠다", "사실이 아니다"며 이를 부인했다.

모금에 나선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이 아이디어를 내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28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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