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이슬람 수상한 관계 … 미 주류, 트럼프로 갈아탔나

2016-11-04 11:31:30 게재

사우디·카타르의 IS 지원 묵인한 의혹

최측근들 무슬람형제단과 얽히고설켜

FBI 재수사, 반역죄 혐의 둘지에 관심

'판세전환, 지배엘리트의 계획' 분석도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사적 이메일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이 재수사를 결정했다. 프랑스 인터넷매체 '볼테르넷'은 "이 사태가 더 이상 보안관련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가반역죄만큼 심각한 사기와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말"이라고 분석했다.
1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어둠이 깔린 신시내티 스메일 리버프론트파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볼테르넷에 따르면 클린턴은 연방정부의 보안서버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 사설서버를 설치할 것을 명령했다. 연방정부 시스템에 무언가 기록을 남기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어서였다. 클린턴이 고용한 사설보안전문가는 FBI가 도착하기 전 서버의 모든 내용을 삭제했다. 따라서 클린턴이 사설 네트워크를 사용해야 했던 이유를 알기는 어려웠다.

우선 FBI는 클린턴의 사설서버가 국무부 서버와 동일한 시스템으로 보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따라서 클린턴은 보안관련 규정을 어겼다. 둘째 FBI가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의 이메일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위너는 클린턴의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의 남편이었다.

위너는 유태계 정치인으로 클린턴 부부와 절친이다. 뉴욕시장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섹스팅과 관련한 스캔들로 사임했다. 애버딘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란 미국 시민권자다. 그의 아버지는 전문학술지 편집장으로, '무슬림형제단'(Muslim Brotherhood)의 논평을 정기적으로 싣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500만~1000만명에 이르는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이자 가장 오래된 이슬람주의 단체다.

애버딘은 아버지 밑에서 수년 동안 편집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무슬림형제단 산하 사우디 여성회원연합회장이며 이집트 전 대통령(2012~2013년) 모하메드 무르시의 아내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외삼촌인 하산은 무슬림형제단 지도자이자 알자지라방송 자문인 유수프 알카라다위 밑에서 일하고 있다.

애버딘은 현재 클린턴 선거캠프 부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핵심측근이다. 선대본부장인 존 포데스타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사우디가 고용한 미 의회 로비스트이기도 하다. 한달에 20만달러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최고 무슬림단체와 긴밀한 관계

올해 6월 12일 사우디 부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은 요르단의 국영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비밀리에 클린턴 대선캠프 선거자금 20%를 댔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이튿날 요르단 통신사는 기사를 삭제한 뒤 "사이트가 해킹당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와 무슬림형제단을 잇는 가교는 애버딘뿐만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복형제인 아봉고 말릭 오바마는 수단 무슬림형제단 지부의 재무책임자인 동시에 버락 오바마 재단 총재이기도 하다. 그는 수단 대통령 오마르 알 바시리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 인물이다. 또 무슬림형제단 회원인 메디 알하사니는 2009~2012년 미국 최고안보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특별보좌관 직함으로 정기적으로 참석했다는 사실이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밝혀지기도 했다.

2009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이 파견한 대표를 백악관에서 비밀리에 만났다. 대통령 취임식 때는 미국의 무슬림 형제자매단 연합회장인 잉그리드 맷슨을 초대하기도 했다.

클린턴 재단은 '기후변화프로젝트' 책임자로 무슬림형제단 시도자 중 한 명인 게하드 엘하다드를 임명했다. 그의 아버지는 CIA와 영국 해외정보부인 MI6이 1951년 무슬림형제단을 기획할 당시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게하드는 2012년 재단을 떠나 당시 이집트 대선 후보였던 모하메드 모르시의 대변인을 맡았다가 이후 전 세계 무슬림형제단의 공식 대변인이 됐다.

전 세계 이슬람원리주의 무장투쟁(지하디즘)의 지도자들은 무슬림형제단 또는 수피오더(궁극의 진리) 출신들이다. 때문에 클린턴과 사우디, 클린턴과 무슬림형제단의 관계가 어떠한지는 매우 중요하다.

FBI의 입장에서 보면 지하디즘 조직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범죄에 해당한다. 1991년 FBI와 존 케리 상원의원은 파키스탄 은행인 'BCCI'가 미 중앙정보국(CIA)과 무슬림형제단이 공모하는 비밀작전의 자금 중개처라는 사실을 적발했다.

2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는 힐러리 클린턴의 2014년 8월 편지를 공개했다. 당시 클린턴은 존 포데스타 오바마 선임고문에게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국가(ISIS)에 비밀스런 자금과 병참을 지원하고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

IS는 중동은 물론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도합 수십만명의 대량살상을 저지른 테러단체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그간 겉으로는 미국의 테러리즘 격퇴에 협력하면서 물밑으로 같은 종파인 IS를 비호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클린턴의 이메일은 미국 역시 이같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이 IS의 창시자"라고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IS가 이전보다 더욱 번창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 주장을 클린턴은 제대로 반박할 수 있을까.

음모론보다 더 음습한 현실 또 다른 음모론 만들어내

위에서 보듯, 때로 현실은 음모론보다 더 음습하다. 음습한 현실은 음모론이 자라는 토양이 된다. 장막 뒤에 가려진 미국의 소수 지배엘리트들이 클린턴을 버리고 트럼프로 갈아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클린턴의 대권 장악은 현실이었다.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의 일치된 보도이기도 했다. 게임은 끝났다는 것. 아일랜드 도박사이트인 '패디 파워'는 클린턴 당선에 100만달러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갑자기 앤서니 위너의 컴퓨터가 발견되더니 클린턴에 대한 FBI 재수사 방침이 나오면서 상황은 뒤집히기 시작했다.

인터넷매체 앨트마켓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며 "이는 장막에 숨은 미국의 엘리트들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엘리트가 선택하기엔 너무 위험한 최악의 후보가 돼 버렸다는 것.

또 다른 이유도 있다는 게 앨트마켓 분석. 엘리트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는 다가올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씌울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글로벌 금융시스템은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특히 유럽 경제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붕괴 때처럼 침몰하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가 다시 좌절되고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은 미 경제에 경기침체를 가져올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대세다.

앨트마켓은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글로벌화를 주창하던 금융엘리트들도 경제위기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엘리트들이 써먹을 최고의 변명은 '미치광이 트럼프 때문에 경제위기가 닥쳤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의 반응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앞설 때나 클린턴의 스캔들이 불거질 때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증시가 일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트럼프가 경제위기를 몰고왔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앨트마켓은 "트럼프가 그간의 경제 실적에 책임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들은 경제에 패닉이 닥칠 경우 현직 대통령과 정부에 비난과 책임을 돌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FBI 재수사 역시 정치적 의미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앨트마켓은 "재수사 자체가 의미하는 바는 클린턴의 당선가능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아닌, 트럼프의 손에 경제침몰의 피를 묻히려 한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이어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연준은 12월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와 연준 사이의 갈등과 알력, 그리고 미국 경제의 침체로 미 달러의 힘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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