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고 준비하자

2016-11-16 10:10:22 게재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말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죽음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삶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맞이할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이 같은 인식에서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완화의료를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가진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인 문제를 조기에 알아내고 적절히 평가·치료함으로써 삶을 질의 높이는 접근'이라고 정의한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등을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증상을 조절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생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 활동이다.

생의 마지막을 의미있게 보내기

우리나라의 호스피스·완화의료는 1965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소속 수녀님들이 설립한 강릉 갈바리의원에서 시작됐다. 50여년이 지나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제도적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2011년 '암관리법'을 개정해 말기암환자에 대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015년 건강보험 수가를 도입해 안정적인 보상체계를 확보했다. 수가로 보전하기 어려운 심리사회적·영적 지지를 위해 별도의 국고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2003년 5개 기관 대상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2016년 현재 전국 91개 기관 총 1477개 병상으로 확대됐다. 이용률도 조금씩 높아져 암사망자 중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2008년 7.3%에서 2015년 15.0%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연구소(EIU)가 조사하는 '임종의 질(quality of death)' 평가에서도 2010년 전세계 40개국 중 32위에서 2015년 80개국 중 18위로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2016년 2월 3일 중요한 법률이 공포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법에 따라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는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정부는 제정된 법률에 따른 호스피스·연명의료 제공체계가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전문가 및 관련 기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먼저 대상 질환이 확대된다. 그동안 말기 암에 한정되어 있던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대상이 만성 간경화 등 암이 아닌 질환까지 확대된다. 정부는 대한의학회에 연구용역을 통해 암이 아닌 질환에 대한 말기진단 기준을 마련했으며 질환별 호스피스 진료권고안을 개발 중에 있다.

서비스 유형도 다양화된다. 지금까지는 호스피스 전용병동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원형'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원하는 곳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입원형 외에도 '자문형'(일반병동) '가정형'(가정) 등으로 다양화된다. 가정형은 2016년 3월부터 전국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문형도 조만간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치료 끝까지 하려는 시도가 걸림돌

양적 확충과 함께 질적 강화도 추진된다. 호스피스 전문기관 평가 전문인력 교육훈련 등 호스피스 제도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사에 따르면 '통상적 치료를 끝까지 하려는 환자나 가족의 태도'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정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답했다. 아직까지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준비한다는 개념이 생소하고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생을 존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의 하나이다. 이제 함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준비하자.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