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도 총리 선출도 국민 손에 달려"

2016-11-22 11:13:59 게재

청 '역공' 총리문제 벽 막혀

"수싸움·저울질 이제 그만"

야당이 '총리 문제' 로 벽에 막혔다. 청와대가 당초 약속을 뒤집고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청와대의 역공 앞에 야당 내에선 각종 주장이 난무했다. 맨 처음 나온 것은 '실기론'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겠다"고 했을 때 제안을 받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국회가 우선 총리 추천에 합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대로 탄핵이 이뤄지면 대통령의 복심인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이 될 수 있다"며 총리 문제를 탄핵과 연관지어 탄핵 신중론의 근거로 삼는 주장도 제기됐다.

총리 추천 문제를 두고 야당이 분열할 수 있으니 26일 촛불집회까지는 퇴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논의를 미루자는 의견도 나왔다.

총리 논의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황 총리가 됐든 김병준 후보자가 됐든 청와대가 국회 추천 총리를 받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 탄핵 추진에 올인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와대의 국회 추천 총리 수용 여부도, 탄핵안의 국회 통과와 헌재 판결 여부도 결국은 국민의 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리 문제로 늪에 빠질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총리 문제를 상의하면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해법이라야 국민의 지지를 얻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국민과 함께 해법을 찾는 일인데 국민의 의견을 묻는 야당은 없고 그저 촛불 현장에 앉아 있거나 여의도 국회에서 내부 회의만 열고 있다고도 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왜 총리 문제 등의 해법을 정치권만의 논의로 내놓으려고 하나. 국민들과 함께 하면 동력도, 방향도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발달된 IT 기술과 SNS 네트워크를 활용, 총리 문제를 어떻게 할지, 탄핵 추진을 어떻게 할지 등을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묻고 모인 의견에 따라 밀어부치면 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총리 임명, 탄핵안 가결 등의 실현가능성을 운운하며 논란을 거듭하는 것은 정치공학적 계산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과 함께 풀어가면 국회가 청와대를 압박 할 수 있는 수단이 아주 많다고 했다. 특수활동비 등 청와대 예산을 삭감하는 방법, 이참에 청와대 비서실 직제규정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비선 권력의 농단을 차단하는 일, 박 대통령 사퇴촉구안을 의결하는 일 등 다양하는 것이다. 그는 "결국 청와대의 총리 수락도 헌재의 탄핵안 가결도 심지어 청와대 예산 삭감도 국민의 지지가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달렸다"며 광장이냐 아니냐를 떠나 국민의 힘을 모으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락은 같으나 방법론에서 진상규명에 우선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국정조사, 특검 등을 통한 치밀한 진상조사가 퇴진을 압박하는 결정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피의자로 전환된 이상 박 대통령을 강제로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야 합의 총리 추천과 탄핵도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병행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말한 한 교수는 "야당은 지금 온갖 핑계를 대며 이런저런 실행을 미루고 있다"면서 "지금 야당에 필요한 것은 수싸움과 저울질이 아닌 내 것을 버릴 수 있다는 결기이며 그 모습을 통해서 국민들은 야당의 집권능력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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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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