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영욕의 55년 … 이제 퇴장할 때

2016-11-28 11:00:12 게재

①'자유시장경제 창달' 목적 위배

② 정치권력과 야합, 하수인 전락

③ 소수재벌 독점, 자정능력 상실

각계각층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의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한 재벌그룹을 '피해자'로 기술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국민들은 촛불집회에서 '재벌도 공범이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 여야 정치인과 경제단체, 경제·경영학자들이 전경련 해체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경유착' 피켓을 중장비로 해체하는 퍼포먼스 옆에서 '박근혜-최순실-삼성게이트 주범 전경련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낡은 패러다임에 묶인 전경련 = 전경련은 1961년 재벌그룹들이 모여 만든 민간경제단체로 출발했다.

국내외 각종 경제 문제에 대한 조사와 연구,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대정부 건의, 외국 경제단체와 교류ㆍ협력 등의 사업을 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정권의 각종 프로젝트에서 돈을 걷고 집행하는 수금기구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높다. 이명박정부 때는 미소금융재단, 박근혜정부에는 청년희망재단과 미소·K스포츠재단 모금에 전경련이 앞장섰다. 어버이연합에 편법으로 자금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근 각계각층 비판에 직면한 전경련은 아무런 대국민 사과나 쇄신조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정능력 상실이라는 시민단체 비판의 근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경련은 정부와 재벌 양쪽의 편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며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과거 역할 필요하지 않다" = 최근 매달 공동토론을 개최한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대는 공동성명에서 "한국경제는 더 이상 전경련의 과거 역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며 "전경련은 지금까지도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단체는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표방하고 있다"며 "정경유착은 민주주의와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자유시장경제 창달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밝혔다. 양 단체는 전경련이 해산해야 하는 이유로 △설립 목적 부정 행위 △소수 재벌대기업 이해만 대변 △자정능력 상실 등을 들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현안브리핑을 통해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경련의 순기능은 사라졌다"며 전경련 해체를 주장했다. 전경련은 정부의 대기업 모금창구로 전락했을 뿐이고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로서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 대변인은 "전경련은 해체돼야 한다. 해체가 아니라면 해체에 준하는 개혁을 통해 기업의 이익과 경제 비전을 고민하는 순수한 민간단체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관영 박선숙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전경련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어선지 오래"라며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홍보하는 활동은 기존 경영자총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전경련 자진 해체촉구 결의안 발의 =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여야의원 73명은 전경련 자진 해체촉구 결의안을 10월 17일 발의했다. 전경련은 임의 민간단체다. 국회가 민간경제단체에 대한 해체촉구 결의안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심 대표 등은 발의 취지에 대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정에서 정경유착이 되살아났다"며 "민주적 시장경제 확립과 재벌체제 일대혁신을 위해 전경련의 자진해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결의안은 현재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정의당 6명과 더민주 55명, 국민의당 9명, 무소속 3명,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함께 했다. 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심의와 의결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경제·경영학자 등 학계 전문가 312명은 10월 19일 경실련 강당에서 전경련 해체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전경련이 재벌기업들의 경제력과 사회적 경제력을 이용한 노골적인 정치개입 행위를 중단하고 조직을 해체하기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전경련이 정경유착을 넘어 노골적인 정치개입으로 이념대결과 국론분열을 조장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정치ㆍ사회적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은 과거 경제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 수긍하지만 저성장극복과 경제민주화라는 시대 요구를 전경련이 담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모금과 설립, 뇌물 통한 정경유착" = 경제민주화네트워크 등 경제관련 시민단체는 14일 오후 전경련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설립은 뇌물을 통한 정경유착"이라며 "재벌총수와 앞잡이 노릇을 한 전경련을 철저히 수사해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그릇된 관행을 척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경제관련 단체는 경제민주화네트워크를 비롯 금융정의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 등이다.

전경련은 재단 설립과정에서 출연 대상 그룹과 정관, 이사장 등 임원진 선임 등을 청와대 지시대로 했다. 회원사의 이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중간에 청와대의 무리한 변경 요구에 출연기업 인감을 받지 않은 채 정관을 바꾸고 하자있는 회의록을 작성하는 불법도 저질렀다.

◆중소상인 "재벌 해체"외쳐 =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는 26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에서 '박근혜 퇴진! 재벌해체! 중소상인저잣거리 만민공동회'를 개최하고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박근혜 퇴진과 재벌해체를 촉구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서울상인회, 가맹점주협의회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중소상인들이 참여한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당선됐지만 재벌들과 손잡고 그들 중심의 경제정책만 실행했다"며 "진정한 경제민주화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박 대통령은 퇴진하고 국정농단세력들과 결탁해 특혜와 부정을 일삼은 재벌과 전경련은 해체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인태연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 의장은 "재벌들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재벌사의 편의점 등을 통해 골목시장까지 독점하고 있다"며 "이제는 복합쇼핑몰을 전국 곳곳에 만들어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이 장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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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김영숙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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