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때문에, 경제성장률도 하향
최순실·트럼프 리스크 충격파 … 한은·정부도 성장률 전망 낮출듯
밖으로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자국 이익 최우선주의'가 글로벌경제를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GDP)은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까지 내년 2% 초중반대 성장률을 전망한 각 연구기관들도 하향 조정을 고심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우리 경제가 내년에 1.5%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3년 연속 2%대 성장 전망 = 산업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국책연구원 예측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구조조정과 수출·투자 부진, 소비 위축 등 악재만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전히 내년 3% 성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관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2%대 성장을 전망하면서 성장률 하향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주요 연구소 대부분은 내년 성장률을 2%대로 전망하고 있다. 사상 첫 3년 연속 2%대 성장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성장률 2.6%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정부(2.8%) 역시 2%대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1961년 이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년 연속으로 3%를 밑돈 적은 없다. 그러나 2012년 이후 6년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2014년(3.3%)을 제외한 나머지 5년간 모두 2%대였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리스크 반영하면 더 낮아져" = 문제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기관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연구기관의 경제전망이 최근에 불거진 정치적 악재는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순실 게이트, 트럼프 당선 등으로 지난달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을 때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커졌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과 함께 2.2% 성장을 전망했던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불거진 이슈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민간소비 위축 정도를 살펴보고 내년 성장률을 조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내달 7일 경제 전망을 발표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5월 2.7%로 제시했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내년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던 한국금융연구원과 9월 2.6%로 제시했던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이후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치리스크, 단기간에 안끝나 = 연구기관뿐 만 아니다. 지난달 13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0.1%p 내린 2.8%로 전망한 한국은행은 한 달여 만에 추가 하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도 내달 발표할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 2%대 성장 전망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3%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은과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더라도 민간이나 해외 전망치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밋빛 전망이란 얘기다. 실제 모건스탠리(2.3%)와 HSBC(2.4%)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1.5%로 전망한다.
문제는 그동안 경제성장률 전망치 분석에서는 늘 민간이 정부보다 정확했다는 점이다. 정부나 한은의 전망치는 최근 5년간 실제 성장률보다 늘 높았다. 2011년의 경우 정부 전망치(5.0%)와 실제(3.7%)는 무려 2.4%P나 차이가 날 정도였다.
최근 국내외 정치리스크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순실 정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면서 탄핵정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론이 나려면 최소 5~6개월, 길면 1년까지 늘어질 수 있다. 여기에 탄핵정국의 끝이 대선정국으로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상당기간 정치가 경제를 집어삼키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해외 리스크 역시 트럼프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내년에는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총선이 예고되어 있다. 영국발 브렉시트가 '유럽발'로 확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세계경제의 제1 리스크는 고립주의"라고 전망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는 이래저래 불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