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는 지금 "쓰레기와 전쟁 중"

2013-06-11 11:55:23 게재

분리수거함 만들고 구청장이 수거 체험

수도권매립지 유입물량 줄이려 안간힘

"가족이 5명인데 2주에 10ℓ짜리 1개 정도 사용해요." "우린 4명이 그 정도 쓰는 것 같은데요." "우리 집은 손주 기저귀가 있어서 1주일에 1개꼴은 써요."

서울 광진구 광장동 현대파크빌. 박태윤 입주자대표회장과 아파트 봉사회 소속 김현주(44)·염정혜(59)씨가 쓰레기봉투 아끼기 경쟁이라도 하듯 말을 잇는다. 이들 셋뿐 아니다. 아파트단지 전체가 쓰레기봉투를 적게 쓰는 데는 도가 텄다. 비법은 철저한 분리수거. 박 회장은 "약간의 비닐과 화장실 휴지가 거의 전부"라며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날에는 동대표와 봉사회원들이 '쓰레기 감별사'로 나서 집하장에서 분류를 돕기 때문에 일반쓰레기가 섞이는 비율이 적다"고 말했다.

서울 경기와 인천이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연장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매립지 유입 물량이 많은 서울 자치구에서 '쓰레기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주민들 스스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 매립지로 보내는 분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광진구는 모든 쓰레기를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로 '쓰레기 제로(0)화' 행동지침을 만들어 주민들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 시작은 종량제 봉투 속에 섞어 버리는 비닐과 종이를 분류하는 일. 지난해 가정과 영업장 일반쓰레기 배출실태를 분석한 결과 종량제 봉투 속에 '쓰레기'는 45%에 불과했고 나머지 55%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었다. 주민들이 보다 손쉽게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일반쓰레기와 종이류 비닐류를 따로 버릴 수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함'도 개발, 이달 말 총 6000가구에 시범 설치한다. 분리수거함과 함께 연립·다세대주택에는 재활용 분리함을 설치, 자원 배출량을 늘릴 계획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 내 음식점과 함께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도 진행 중이다. 휴지를 변기에 버리면 분뇨처리장에서 오물과 함께 처리, 쓰레기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기동 구청장은 "비닐과 종이만 잘 분리해도 광진구에서 연간 27억원에 달하는 봉투값을 줄일 수 있다"며 "처리비용은 아끼고 자원은 재활용해 구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는 쓰레기봉투에 섞인 비닐과 종이 가운데 분량이 많은 비닐을 골라내고 있다. 구는 이달부터 매주 수요일을 라면봉지와 과자봉지 등 '비닐 수거하는 날'로 지정했다. 음식물 등이 많이 묻은 경우를 제외하고 식품 포장봉지나 각종 물품을 구입할 때 담아주는 봉지 등을 투명한 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다른 재활용품과 함께 수거한다.

매립지 인근 주민들이 '젖은 쓰레기' 반입을 거부했던 지난해 말 '쓰레기 대란'을 겪었던 관악구와 금천구는 쓰레기를 제대로 분류하지 않은 채 버리는 무단투기 없애기에 초점을 맞췄다. 관악구는 청소행정과와 동주민센터 직원 44명으로 무단투기 단속반을 구성하는 한편 환경미화원에 '환경·무단투기 단속원' 증명을 발급, 배출기준을 지키지 않은 생활폐기물 무단투기를 단속하고 있다. 무단투기 쓰레기봉투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는 딱지를 붙인 뒤 사흘간 수거하지 않는 강수를 띄웠다.

금천구는 상습 무단투기 지역에서 '골목길 반상회'를 연다. 공무원과 청소봉사단 주민 대행업체 등이 무단투기 단속을 하면서 쓰레기 분리배출 실태를 체험하는 한편 매립지 사용기간을 둘러싼 상황과 생활쓰레기 감량 방법을 공유한다.

강동구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 시급성을 알리기 위해 이해식 구청장이 지난달 말 1일 환경미화원이 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거리 청소를 하면서 쓰레기 배출량을 파악하는 한편 쓰레기와 재활용품 수집·운반, 수도권매립지 이송 등 청소작업 전 과정을 체험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 상태를 확인했다.

이해식 구청장은 "2017년 예고되는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수도권매립지를 이용하는 모든 지자체들이 철저한 분리배출로 쓰레기 발생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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