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전경련, 해체 수순 밟는다

2016-12-07 10:33:24 게재

이재용·최태원 "탈퇴", 구본무 "싱크탱크로 바꿔야" … 허창수 "안팎 의견 듣겠다"

정경유착 고리로 비난받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전경련의 핵심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탈퇴를 선언하거나 해체수준의 조직 변화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55년 역사를 가진 전경련이 구태에 휩싸인 채 새시대 흐름에 역행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최근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전경련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재벌그룹으로부터 출연금을 걷는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학계 정계 등 각계각층에서 '전경련 해체' 목소리가 높아졌다.

앞서 어버이연합 관제시위 지원에 전경련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전경련 존재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전경련 핵심 회원사인 삼성과 SK그룹 총수들이 국민 앞에서 '전경련 탈퇴'를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6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전경련 해체를 종용하자 "제 입장에서 해체를 꺼낼 자격이 없다.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이 부회장과 함께 '전경련 해체 거부'에 대해 손을 들지 않음으로써 해체에 찬성의사를 나타냈다. 최 회장은 전경련 탈퇴 의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전경련 해체에 반대 뜻을 밝히면서도 따로 발언 기회를 얻어 "전경련을 미국의 해리티지재단으로 바꾸고 회장들 친목단체 정도로 남기는 게 제 의견"이라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해리티지재단은 보수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미국 저명 학술ㆍ연구기관이다. 해리티지재단 설립은 구 회장의 오랜 뜻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질문을 받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전경련)회원사와 안팎 여러 인사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전경련 임직원들은 주요 그룹총수들이 탈퇴 등을 선언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직원들은 불안감과 함께 서둘러 쇄신조치를 취하지 못한 데에 대해 임원진을 질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모두 멘붕(멘탈붕괴) 상태"라며 "조직과 운영방향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여러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전경련을 싱크탱크로 바꾸는 것은 지금과 별반 차이 없다"며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의미에서 사회 양극화 극복과 비정규직 지원 등을 위한 사회공헌조직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1961년 민간경제단체로 출범했다. 경제재건촉진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고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꾼 뒤 1968년 지금의 법인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대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다. 현 허창수 회장은 35대째다.

전경련은 국내 600개 기업으로부터 매년 400억원 정도 회비를 걷어 운영한다. 특별회비가 추가되기도 한다. 2014년 50층짜리 여의도 전경련회관을 신축해 임대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이 200억원을 내고 있다는 것이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사단법인이어서 최고 의결기구는 회원총회다. 매년 2월에 총회가 열린다. 이사회와 20명의 회장들로 구성된 회장단도 주요 의사결정기구다. 사무국은 7개본부 23개팀으로 구성되며 임직원 수는 150명 내외다.

유관기관으로 한국경제연구원과 국제경영원 FKI미디어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가 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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