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통화바스켓 대상확대(13→24개국) '기대반 우려반'
원화 추가, 달러화 비중 낮추기
위안화 급격절하 막기 안간힘
미와 분쟁완화 땐 변동성 축소
통화 등 중국 의존도 커져 부담
중국 위안화 고시환율을 결정하는 '통화바스켓'의 갑작스런 변동을 두고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세계 여러나라의 통화를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 통화바스켓에 한국 원화가 비중있게 새로 추가돼 위안화와 원화 연계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위안화 급속한 절하와 외국자본 유출 방지, 환율조작국 지정 면피·미국과 무역마찰 최소화 등 다양한 포석이 깔린 중국의 위안화 통화바스켓 조정은 싫든 좋든 한국을 통화분쟁에 함께 엮어 버린 셈이다. 위안화 변동성 축소로 국내 외환시장과 증시 안정이 기대되지만 통화 연계성 강화로 중국 경제와 연계, 혹은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통화 바스켓 조정 어떻게 =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CFETS)는 2016년 12월 29일 웹사이트에서 "2017년부터 위안화 환율지수의 통화바스켓 평가에 따라 통화바스켓의 구성과 관련 통화의 가중치를 조정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통화 바스켓은 CFETS가 매일 위안화 고시 환율을 정할 때 활용된다. 이번 조치로 위안화 통화 바스켓에 원화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멕시코 페소화, 터키 리라화 등 11개 통화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바스켓 통화는 13개에서 모두 24개로 늘어났다. 특히 원화의 비중은 10.8%로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에 이어 4번째로 높다. 추가된 통화의 가중치가 21.09%에 이르는 만큼 현행 바스켓을 구성하는 주요 통화의 비중은 축소된다. 달러화는 22.4%로 26.4%보다 4.0%p 낮아졌다. 유로화는 21.4%에서 16.3%로, 엔화는 14.7%에서 11.5%로 각각 줄었다.
중국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위안화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한 고정환율제도(페그제)를 시행해오다 2005년 7월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11개 통화로 구성된 복수 통화를 가중평균해 환율을 결정하는 '복수통화바스켓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다. 그러나 복수통화바스켓제도 시행에도 위안화의 실질적 가치는 인민은행이 매일 고시한 위안달러 기준 환율에 의해 관리돼 왔다. 달러 페그제를 유지해온 셈이다.
인민은행은 2015년 12월 14일 홈페이지에 위안화 환율을 13개 주요 무역상대국 통화에 연동하는 '위안화 통화바스켓 연동제'를 통해 환율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외환거래센터(CFETS)가 무역비중을 고려해 13개 통화 환율로 구성한 'CFETS 위안화 환율지수(CFETS RMB Index)'에 위안화 환율을 연동하겠다는 얘기였다. 사실상 달러에 연동해온 환율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여기에 대상국을 11개 추가했다. 달러화의 영향력을 더 줄여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화바스켓 왜 조정했나 = 무엇보다 가파른 위안화 절하가 문제다. 위안화환율은 현재 달러당 7위안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지난해 급격한 절하를 겪었다. 2016년 12월 30일 기준으로 12개월 위안화 선물환 환율은 달러당 7.32위안까지 치솟았다. 현물환과는 달러당 0.3692 위안이나 벌어졌을 정도로 급한 상승세였다. 위안화가 앞으로도 크게 절하할 수 있다는 예고였다. 위안화 약세는 외국자본의 유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직접 개입해 위안화 절하를 막기엔 후과가 너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될 가능성부터 높아진다. 중국 외환당국 고민의 출발점이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미국 달러 강세 국면에서 달러의 위안화 환율이 올라갔지만(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 같은 기간 위안화 인덱스는 상승했다"면서 "위안화 바스켓에 구성된 다른 통화들이 위안화보다 더 약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변경된 바스켓에선 달러화와 달러페그 통화들의 가중치가 줄어들면서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통화들의 비중이 확대됐다. 달러 강세 구간에 위안화 인덱스가 좀더 올라갈 수 있도록 변경했다. 최소한 위안화 절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바스켓을 구성하는 통화 수가 기존 13개에서 24개로 확대되면서 바스켓의 분산효과로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며 위안화 고시환율의 변동성 축소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조작국 논란에서도 비켜갈 수 있는 논리가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박 연구원은 "통화바스켓 조정은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등에 있어서 중국의 방어 논리를 강화하는 의미가 있고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에서 보듯이 중국 정책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낮추기 위한 외환 개입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의 개입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미국 재무부가 제시한 환율 조작국 지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일부 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 등 보호무역적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전면적 무역 분쟁으로 갈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고래싸움에 낀 새우 신세는 면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 이후 원자재 신흥국 통화는 안정을 찾아가는 반면 원화, 대만 달러 등 아시아 공업국 통화가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 마찰 우려가 원화 환율에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 미-중 무역 분쟁 가능성이 줄어들면 통화의 반등 압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안화 안정세에 힘입어 원화도 급격한 출렁거림 없이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원화는 수출호조 기대감에 안정적 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미-중 분쟁완화의 반사이익인 셈이다. 때문에 증시에선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4분기 수출이 8분기 만에 플러스로 회복했고 국내 실적 시즌 개막을 알리는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영업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표주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이익 전망치도 글로벌 증시에 비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역시 중국이 바스켓 통화 수를 늘린 것에 대해 최근에 달러 대비 위안화가 빠르게 절하되니 위안화 환율 안정성을 높이려고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원화가 통화바스켓에 들어간 것으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원화와 위안화의 연계성은 물론 두 나라의 경제 연계성까지 심화할 것으로 보고 위안화 환율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통화바스켓 조정 조치가 연초 급격한 위안화 절하 우려를 어느정도 불식시킬지 관심이다.
연말 위안화 약세 심화와 함께 위안화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1월부터 연간 단위로 부과되는 개인의 환전한도(5만위안)가 재설정된다. 위안화 약세를 대비한 민간 자금이 집중되며 일시적으로 위안화의 약세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화의 약세 동조화 우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트럼프 취임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금리 리스크와 더불어 위안화 흐름도 국내 금융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