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원순' 서울시의회 민주당 양분

2017-01-12 10:45:26 게재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30여명씩 나뉘어

새누리, 9명 탈당 신당 합류 … 4당 체제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지지후보에 따라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은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의원들로 양분됐고,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은 신당인 바른정당 참여를 위해 탈당했다.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이 제271회 시의회 본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의회는 현 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3당 체제에서 새누리당이 바른정당과 둘로 갈라져 4당 체제로 전환됐다. 사진 서울시의회 제공


12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1월 초 현재 106명의 시의원 중 민주당 소속이 74명, 새누리당이 27명(탈당 전), 국민의당이 5명으로 3당 체제였다. 하지만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자 시의회도 4당 체제로 바뀌고 지지하는 대선주자에 따라 5조각이 났다.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 74명은 각각 30여명씩 문 전 대표와 박 시장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양분됐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10일 '문재인 상임고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초청 간담회'를 갖고 세를 과시했다. 이날 초청 간담회에는 박래학 전 의장과 김인호 전 부의장을 비롯해 김선갑 운영위원장, 서영진 교통위원장, 김정태 도시계획관리위원장, 김미경 의원, 오경환 의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환 의원은 "문재인 상임고문을 초청해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 국민과의 소통, 집권후 정부 운영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며 "대선전에 본격 돌입하면 후보들이 바빠지기 때문에 미리 초청해 주요 현안에 대한 얘기를 듣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여서 모두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이라고 못박기는 어렵다"면서도 "박원순 시장 지지 의원들이 모임을 가진 뒤 만들어진 자리여서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박 시장을 지지하는 시의원들은 7일 출범한 '분권나라 2017'에 참여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조규영 부의장과 신원철 전 민주당 원내대표, 김종욱 원내대표 등 30여명이 동참했다.

김종욱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5년간 서울시정을 하면서 보여준 자치분권에 대한 확고한 입장에 대해 지지한다"며 "중앙집권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고 지방자치제를 한단계 발전시키는데 박 시장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도 있어서 박 시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아직 지지하는 대선주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시의원은 "중앙당이 1월말 전후로 대통령 예비후보 등록을 예고하고 있어서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중앙당이 둘로 쪼개지면서 지역구 국회의원에 따라 탈당했다. 시의회에 따르면 27명의 새누리당 의원들 중 9명은 지난 9일 서울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탈당한 의원은 김진수 부의장을 비롯해 남창진·성중기·이복근·이성희·이석주·진두생·최호정·황준환 의원 등이다.

이들은 12일 오전 서초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서울시당 발기인대회에 참여하고 바른정당에 정식 입당했다. 여기에 의원 1~2명도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전해져 탈당규모는 10명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새누리당 의석이 기존 27명에서 16~17명으로 줄어들고 바른정당이 10명을 채우면 시의회는 4당 체제로 개편된다. 시의회에서 시의원 수가 10인 이상인 정당은 교섭단체가 된다. 성중기 의원은 "우선 탈당계를 낸 9명부터 바른정당에 합류하고 다른 2명도 지역구 국회의원과 논의한 뒤 곧바로 합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9일 중앙당을 향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중심 인적쇄신을 촉구했다. 강감창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 새누리당의 입장은 중앙당의 쇄신 작업이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권력의 중심에서 일어난 사태들을 교훈 삼아 모든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분권하라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도탄에 빠진 현 정국과 집권당의 무능과 무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한번 자유민주주의를 기초로 한 보수의 가치를 강화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새누리가 책임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 위원장과 비상대책위를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탈당한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도 5명으로 서울시의회가 대선을 앞두고 5개로 쪼개졌다. 대선전에 본격 돌입하기 전부터 시의원들 중심으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