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에도 광장 지킨 촛불, 21일 더 커진다

2017-01-16 11:23:38 게재

'삶과 세상 바꾸는 촛불' 주제로 새해 최대 집회 예정

14일 연인원 14만명 … "사람 없을까봐 일부러 나왔다"

칼바람에도 촛불은 광장을 지켰다. 체감온도 13도를 밑돈 14일 촛불광장에는 전국에서 14만 6000여명(주최측 추산·연인원)이 촛불을 켰다. 오는 주말인 21일 열리는 13차 주말 촛불집회는 새해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다.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12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나팔부대에 합류한 어린이들이 나팔을 불고 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14일 12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추워서 사람이 없을까봐 일부러 왔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김학래(47·서울 강서구) 씨는 "추위 때문에 광장에 사람이 너무 없을까봐 일부러 나왔다"면서 "이 추위에도 광장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인 걸 보니 나같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유서중(49·전북 군산) 씨는 "동창 모임을 하기로 해 서울에 올라 왔다"면서 "일부러 이 날로 잡은 것은 아닌데 추위 때문에 사람이 적어졌는데 머릿수를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처음 참여했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부모님과 서울에 왔다는 박성미(17·여·전북 남원) 씨는 "광화문 광장 촛불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역사의 현장에 가보고 싶어서 왔다"면서 "이게 나라냐 싶었는데 광장에 와 보니 시민사회도 있고 언론도 있고 아직 우리 나라에 희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열기도 여전했다. 10번째로 촛불에 참여한다는 박채운(18·서울 양천구) 씨는 시민들에게 모금을 받아 핫팩 등을 나눠 주는 봉사활동을 이 날도 계속했다. 박 씨는 "한 번 나올 때마다 300개 정도 핫팩을 들고 나와 나눠드린다"면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춥다고 안 나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선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의 구속,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공작 정치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구속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광화문 광장 본무대에 나선 삼성LCD 공장에서 근무하다 뇌종양을 얻어 투병중인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뇌종양을 얻은 우리딸에게 병원에서는 승마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삼성은 우리 딸은 외면하고 권력자의 딸에게 몇십억원짜리 말을 사줬다"며 "삼성의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인가. 돈과 권력으로 순위를 매기는 세상이 아닌 사람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을 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 기업의 횡포에 오랫동안 투쟁해 왔던 유성기업, 갑을 오토텍 노동자 등도 무대에 나와 '국민의 힘으로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최근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자료에 대한 비판도 높았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지시했다고 하지만 통화기록을 제출하지 못했다. 언론 오보 때문에 상황 심각성 몰랐다고 하는데 해경과 10시 52분 핫라인으로 교신했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라고 준 권력을 다른 데 사용한 권력을 회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외쳤다.

오는 21일 열리는 13차 주말 촛불집회는 '내 삶도 바꾸고 세상도 바꾸는 촛불'이라는 주제로 새해 최대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다. 박근혜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삶과 세상을 바꾸기 위해 광장의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퇴진행동은 "시민들은 광장의 촛불을 통해 정치를 바꿨다"며 "이 촛불은 비정규직 확대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미래가 불안한 청년들, 혐오와 갈등이 확산되는 사회를 바꾸는 빛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진행동은 23일부터 26일까지는 평일 집회를 이어가되 설 연휴가 끼어 있는 28일에는 촛불집회를 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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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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