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최대' 수사는 '미완' … 특검종료

2017-02-28 10:36:38 게재

삼성 뇌물죄·블랙리스트 성공적 … 박 대통령·우병우 수사 아쉬움

성공요인, '파견검사에 간섭없어' … 구성원 단결·국민 응원도 큰 몫

지난해 12월 1일 출범한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대장정이 90일 만에 막을 내린다. 28일 자정, 특검 수사가 종료된다. 수사 기간 연장의 키를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7일 오전 9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연장 요청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비록 특검법상 수사대상을 모두 규명하지는 못했지만 역대 어느 특검보다도 많은 성과를 냈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수사 기간 종료 시한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이재용·김기춘 구속기소 = 특검팀은 수사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까지 13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날 오후 추가 기소가 이뤄지면 기소 인원은 28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4개의 수사팀으로 꾸려진 특검팀은 수사대상과 우선순위를 나눠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과 동시에 보건복지부·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하기 시작했다.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수사는 특검팀이 가장 공 들인 수사 중 하나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5명을 구속했다.

이화여대 비리 수사도 성공적이었다. 최씨의 딸 정유라(21)씨가 입학 및 학사 과정에서 받은 특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출발점이었다. 최경희(55)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51·필명 이인화) 교수, 이인성(54) 교수, 남궁곤(56) 전 이대 입학처장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지난달 19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 됐다. 뇌물죄 수사가 이번 특검의 핵심사항이었던 만큼 특검으로선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특검팀은 다른 대기업 조사를 뒤로 미룬 채 3주간의 보강수사를 거쳐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특검팀은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를 구속하는 등 '비선진료' 부분에서도 성과를 냈다.

법조계 안팎, 박영수 특검 '성공적' = 법조계 안팎에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수사관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협조가 중요하다"며 "정치적으로 협조가 잘 안 되는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성과를 냈으면 성공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이 사건은 한계가 있었다. 의혹의 핵심 축인 뇌물죄 사건에서 중간 연결 고리 역할을 한 대통령이 수사에 얼마나 협조할 것인지에 대해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법원에 의해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한계가 크게 예상 됐던 상황에서 이 정도 결과를 냈다는 건 큰 성과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검의 성공 요인으로 특검팀 구성원 간 '단결'을 꼽을 수 있다. 이 검찰 출신 변호사도 "검찰은 조직화된 특전사 사단이고, 특검은 게릴라 부대라는 평가가 있다. 특별수사를 많이 해 봤지만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급조된 특검이 이 정도 성과를 냈다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관계자도"특검은 태생 자체가 급조된 조직이다. 여러 기관에서 들어오고, 시설 준비에도 시간이 걸린다. 인화 단결이 쉽지가 않다. 기본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구조다"라면서도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구성원 간 인화 단결이 잘 됐다. 특검과 특검보, 검사들이 각자 역할을 잘 해줬다"고 밝혔다.

수사 중간에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도 많이 나왔다. 특검팀이 지난 설 연휴 직전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의 토대가 되면서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검 관계자는 "운도 좋았던 것 같다"며 "중간중간에 좋은 자료들이 나왔다. 그런 면에서 성과가 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장시호씨 진술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오래된 일도 사진 찍듯이 얘기를 한다. 기억력이 엄청 좋다"고 덧붙였다.

인사권자가 부재 중이라는 점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특검 파견 검사들은 수사 종료 후 친정인 검찰로 돌아가야만 한다. 또 다른 특검 관계자는 "과거 특검과 달리 이번 특검은 인사권자가 없다는 점에서 파견검사들이 소신껏 수사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관심도 큰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을 매일 하니까 국민들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우리도 탄력을 받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압수수색, 다른 결과 나왔을 것" = 박영수 특검팀은 1999년 특검 제도 시행 이후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못하면서 아쉬움도 남는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로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순실씨가 안종범 전 수석 등과 직접 연결되는 게 아니라 대부분 대통령이 중간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연결 고리의 역할과 내용 등이 규명돼야 뇌물죄를 둘러싼 공모가 순차적으로 입증된다"며 "중간연결 고리가 빠져 명쾌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면서 다른 대기업 수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특검은 삼성 수사를 마무리 지은 뒤 다른 대기업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었다. 수사기간 연장이 불허됨에 따라 SK·롯데·CJ·부영 등 다른 대기업 수사는 검찰이 넘겨받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검팀은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불출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퇴짜를 맞았다. 특검 관계자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성사됐다면 우 전 수석의 신병처리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도 밝히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검 내부에선 늦잠 잔 게 아니었나 하는 정도의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다.

수사를 끝낸 특검은 이제 공소유지(재판 진행)를 하게 된다. 특검법상 특검의 공소유지를 배려하는 조항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앞으로 특검이 공소유지 업무를 어떻게 진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승주 기자 5425@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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