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업소가 동 주민센터 역할
복사·팩스전송·민원서류 발급·택배물품 수령
서대문·은평구, 업소와 협력 … 비용 일부지원
"집 근처에 복사할 곳이 없어 낭패를 본 적이 있는데 가까운 부동산중개업소에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가 주민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급하게 복사나 스캔을 하거나 팩스를 보내야 할 때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맞벌이나 1인 가구들이 집을 비울 때 택배를 받아 주기도 한다.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동 주민센터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서대문구는 3일부터 주민생활 편의를 높이기 위해 개업 공인중개사들이 참여하는 '참-ZONE 부동산중개업소 주민생활 도움서비스'를 시행한다. 지역 내 664개 업소 중 71개 업소가 참여해 주민들에게 복사와 스캔, 팩스전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택배도 대신 받아준다. 택배 신청 때 수령 장소를 중개업소로 적으면 된다.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로 집을 비우거나 노약자여서 직접 택배를 받기가 부담스러운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경비실에서 대신 택배를 받아주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과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주민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개업소 컴퓨터에서 '정부민원포털 민원24'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본인 확인이 필요없는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등은 물론 자신의 공인인증서가 담긴 저장장치(USB)를 갖고 가면 주민등록등·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등도 발급받을 수 있다.
참여 업소는 구 홈페이지 '위치 확인 지도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도에서 희망업소를 클릭하면 주소와 대표자명, 이용가능 시간, 연락처는 물론 제공 가능 서비스도 알 수 있다.
이용 가능 시간(영업시간)은 대부분 오전 10시~오후 8시다. 구는 참여 중개업소 출입문에 안내 스티커를 부착해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구는 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부동산중개업소에 복사용지를 지원하고 접수처리대장을 제공하고 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 증가함에 따라 지역 곳곳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가 이웃의 편의를 위해 배려하고 나누는 이 서비스를 제공해 주민 화합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며 "보다 많은 업소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은평구는 지난해부터 '마을 사랑방'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는 지난해 7월 초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은평지회와 일부 부동산중개업소의 의견을 수렴해 주민친화사업으로 시작했다. 은평구 내 부동산중개업소 1032개 업소 중 119개 업소가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구는 올해 참여업소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16개 동 평균 64.5개 달해 집 앞 몇 발자국만 나가면 만날 수 있어 편리하다"며 "또한 부동산 중개사무를 위해 대부분의 업소가 복사기와 스캐너 등 사무기기를 갖추고 있고 직원이 상주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동산중개업소를 위해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참여업소 안내판과 복사 용지 지원은 물론 별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동산중개업소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유경 우리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서대문구 북아현동) 대표는 "동네 주민들에게 봉사 차원에서 택배 및 복사 서비스를 해왔는데 홍보가 어려웠다"며 "자치구가 적극 나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홍보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여를 원하는 업소는 각 자치구 지적과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서대문구는 부동산 중개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해부터 지역 내 부동산중개사무소 상담테이블에 현황판을 비치해 소속 개업공인중개사, 소속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