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임금체불 1조4286억원 역대 최고

한국 임금체불액이 경제규모 훨씬 큰 일본의 10배

2017-03-13 00:00:01 게재

예방감독 일본1/10 수준 …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지난해 우리나라 임금체불액은 1조4286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해 노동자가 32만5000명에 이른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쯤 늘었다. 실제 규모는 미신고 임금체불과 민사소송 사건, 특수고용노동자 임금체불까지 포함하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임금체불은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기반뿐 아니라 가정 해체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체불사업주의 안일한 인식, 제도의 미비 등으로 임금체불이 해소되기는커녕 계속 늘고 있다. 현행 근로감독제도와 체당금, 무료법률구조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점검과 개선이 시급하다.

근로기준법상 사전예방과 사건처리를 위한 근로감독제도로 근로감독, 임금체불에 대한 사업주처벌, 지연이자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상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고 일본처럼 '신고감독'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이종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임금체불 해소와 권리구제를 위한 정책과제'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근로감독관은 과중한 업무로 일본보다 예방활동 여력이 없고 '반의사불벌'조항 영향으로 체벌사업주가 치러야 할 민·형사상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임금체불이 줄지 않고 있다"며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형사·손해배상)과 예방적 근로감독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감독관 격무가 예방감독 가로막아 = 우리나라 임금체불액은 경제규모가 훨씬 큰 일본보다 10배나 많고 미국과 비슷하다. 일본의 임금체불액은 2014년 131억3502억엔(1340억원)에 불과했고 미국은 지난해 12억달러(1조3722억원)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노동자 대비 근로감독관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건처리보다 예방적 감독활동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근로감독관 1명당 노동자수는 우리가 1만3000명인데 반해 일본은 1만4000명으로 오히려 더 많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1486명으로 신고사건 33만6000건과 체불임금 청산 19만건을 접수·처리했다. 또 사업장 2만4000곳을 근로감독하고 1만8000건의 인허가 업무를 처리했다. 1인당 사업장 1571곳, 노동자 1만3727명을 담당해 업무과중이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고용노동청 지역지청 근로감독과장이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2014년 예방적 근로감독을 일본은 16만6400건을 실시했는데 우리는 1만6900건에 그쳐 일본의 10분의1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예방감독활동이 적은 것은 임금체불 등이 급증하면서 근로감독관들이 신고사건 처리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을 찾아 근로감독과 신고사건을 동시에 처리하는 '신고감독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근로감독관의 역량강화와 업무부담 경감대책으로 일반직 공무원 선발방식에서 전문성을 갖춘 근로감독관직을 별도로 신설하고 임금체불사건 중 고도의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은 노동위원회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반의사불벌조항' 그릇된 인식 심어줘 = 또한 임금체불이 범죄임에도 급증하는 것은 체벌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낮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다. 근로기준법(109조)에 따르면 기업이 근로자에게 거액의 임금을 체불해도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전부다. 실제로 2014년 일반적으로 체불임금액의 20% 수준에서 약식으로 벌금을 부과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업주 가운데 벌금액이 체불액의 30% 이하인 경우가 62.3%나 된다. 반대로 벌금액이 체불액의 50%를 넘긴 사례는 6.4%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솜방망이 처벌이다.

게다가 근로기준법상 '반의사불벌'조항으로 고용노동청에서 조사받다가 임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사업주와 노동자가 합의해 '처벌불원 취하서'를 제출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이는 체불임금을 조기에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해도 최대한 버티다 임금을 지급하거나 체당금을 지급하는데 협조하기만 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줬다. 이 연구위원은 "반의사불벌조항을 폐지하되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에 대한 시정(지급)지시하고 그 기한안에 지급하면 형사처벌을 면책해 줄 필요가 있다"며 "대신에 임금체불 발생부터 임금지급시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처벌 및 행정벌 부과와 함께 민사소송시 최대 100%까지 가산율을 적용하는 가산임금(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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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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