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죽음을 부르는 착시현상

2017-03-14 10:33:39 게재
지난 2월 4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내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 부속상가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는 등 모두 5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점포 철거작업 중 발생한 화재로 사전에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사후에 올바른 초동대응이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이처럼 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대형화재는 매년 끊임없이 발생해 대중들의 큰 관심을 모으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뉴스에 나오는 대형화재는 대부분 초고층 건축물이나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무의식 중 특별한 장소에서만 화재가 발생한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화재 사망자 306명 중 63%(193명)가 주거시설에서 발생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2016년 전국 화재발생현황'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주거시설에서 1만1541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그 중에서 단독주택 화재가 절반을 넘는다. 또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 306명 중 63%(193명)가 주거시설에서 발생하였는데 그 중 단독주택이 68.4%(132명)를 차지했다. 이와 같이 일반 단독주택이 뉴스에 잘 안 나온다고 화재의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닌 것이다.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다.

주택화재의 원인을 살펴보면 부주의(58.3%)와 전기적요인(20%)이 가장 높다. 안전의식이 결여되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매년 반복되는 화재를 보면서도 부주의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공동으로 쓴 '미움받을 용기'란 책을 보면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를 '오래 탄 차'에 비유했다. 다소 덜거덕거려도 차의 상태를 고려해가며 운전하면 되기 때문에 불만이 있더라도 '이대로의 나'로 사는 것이 편하여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전 불감증도 마찬가지다. 굳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잘 살아왔기에 지금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져 위험하더라도 변하지 않고 사는 것이 더욱 편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에서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개구리 모습과 같다. 아직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인데 마치 매우 안전한 상태인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만약 그 안일함과 익숙함을 벗지 않으면 언젠가는 닥칠 '예고된 재난'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냄비 속 개구리가 온전히 사는 길은 두 가지뿐이다. 다가올 재앙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각시켜 사전에 스스로 빠져나오게 하는 방법과 유사시 도움을 받아 대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안전의 현주소가 냄비 속 개구리와 같다면 예고된 재난을 막을 길은 안전 교육과 대국민 홍보를 통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의식을 제고시켜 스스로 부주의를 경계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제도적인 정책 마련을 통해 위험요소를 물리적으로 줄여나가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가정마다 소화기와 감지기 하루 속히 구비해야

특히 정부에서는 매년 증가하는 주택화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여 모든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했다.

화재 초기에 소방차 한대의 역할을 하는 소화기는 세대별·층별 1개 이상 설치를 해야 하고, 화재를 감지해 경보음을 울려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침실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주택화재시 대부분의 인명피해가 취침 중에 발생하기 때문에 각 가정마다 소화기와 감지기를 하루 속히 구비하여 화재로부터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명현 한국소방안전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