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가압장' 주민소통공간 됐다

2017-03-17 10:06:21 게재

서울 자치구 색다른 공동체공간 활용법

동네 흉물, 방치된 건물도 새롭게 단장

#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목초등학교 인근 골목 끝. 78.6㎡ 건물에 유아 놀이공간부터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장서 1200여권과 열람석을 갖춘 작은 도서관까지 공간 짜임새가 다양하다.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소음·먼지 때문에 주민들이 접근을 꺼렸던 고물상 자리다.

# 서울 도봉구 방학천 일대 주민들 공동체공간 '방학생활'은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골목 내 유해음식점 이른바 '빨간집'이었다. 청소년에 유해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홍보·단속을 집중, 7개 업소가 자진 폐업했다. 낮에는 주민 모임과 마을활동, 야간에는 심야단속과 자율방범 거점으로 활용한다.

서울 금천구는 도서관이 늘면서 청소년 발길이 뜸해진 청소년독서실을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청춘삘딩'으로 재단장했다. 혼밥을 하던 1인 가구 청년들이 공유부엌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고민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사진 금천구 제공


서울 자치구들이 남다른 시각으로 접근, 공동체공간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동네 흉물이나 기피시설을 재단장하고 버려지거나 쓰임새가 다한 공간을 찾아내 어린이부터 청년 가족 이웃이 함께 사용하는 곳으로 바꿨다. 동네 환경을 바꾸면서 부지마련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주민 만족도를 높이는 일석삼조 효과를 얻고 있다.

옛 상수도 관련 시설은 기술발달로 쓸모가 없어진 뒤 오랫동안 방치돼 주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일쑤더니 최근 들어 동네 효자로 탈바꿈했다. 이달 초 서대문구 천연동 가압장이 '천연 옹달샘'이라는 주민 소통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교육 강좌는 물론 생일잔치와 식사를 함께 준비하고 나누는 공유주방, 휴게실과 베란다를 갖추고 있다. 주민들이 공간 꾸미기부터 운영까지 책임지고 어린이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년층 등 다양한 주민들을 위한 지역 문화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천연동에 앞서 지난 2013년부터 성북구 정릉2동, 은평구 구산동 갈현2동, 관악구 서울대, 마포구 대흥동, 종로구 청운동, 금천구 시흥동 소재 가압장이 주민들 문화창작 공간이나 예술인·사회적기업 지원시설, 부족한 복지시설과 문학관 등으로 탈바꿈했다.

금천구와 강동구 송파구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물이나 공간을 청년층에 할애했다. 독산3동 청소년독서실은 '청춘삘딩'으로 재개관, 진로·진학과 청년상담, 학교밖 청소년 사회적응력 향상 등에 활용되고 있다. 학비 취업 주택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고민을 나누며 함께 공부를 하거나 공동 식사를 하는 공간이다. 강동구는 성내동 구의회에서 사용하지 않던 53㎡를 찾아내 세번째 '청년마루'를 지난 8일 개관했다. 취·창업 준비와 공부모임 동아리활동을 하는 거점이다.

지하철 종합운동장역 2호선과 9호선을 연결하는 잠실동 아시아지하보도는 지난 연말 춤을 좋아하는 청소년에 새롭게 개방됐다. 도로 위쪽에 횡단보도가 놓이고부터 이용 주민이 급격히 줄자 2014년 구에서 갤러리와 휴식공간을 조성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댄스마루와 벽면겨울 천장조명 등을 더해 춤연습장 '또래울'을 조성했다. 구는 앞서 8호선 송파역과 석촌역 사이 송파지하보도를 마을예술창작소로 바꾸기도 했다.

성북구는 구청 현관과 2층 민원실을 연결하는 계단 아래쪽을, 은평구는 낡은 다가구·다세대주택과 골목길까지 어린이와 주민을 위한 북카페와 도서관으로 꾸며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성북구는 "종이컵 음료수병이 버려지게 마련이었는데 책과 의자를 갖다놓으니 상황이 반전됐다"며 "아동친화도시인 만큼 구청도 아동친화적으로 꾸미자는 취지였는데 아이들과 보호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골목길 '복도'를 중심으로 서가를 배치한 종합자료실, 다세대주택 방 55개를 다양한 크기로 재배치한 열람실 토론방 동아리방 만화자료실을 갖춘 곳. 2006년 주민 서명운동으로 시작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으로 건축비를 마련해 오랜 염원을 풀었다. 기존 건물과 골목을 유지한 도서관마을은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자율방범대 방범창고와 주차공간을 활용한 종로구 교남동 행촌누리등대, 오래된 지하상가 일부를 노년층 운동·문화공간으로 바꾼 노원구 온수골 행복발전소, 새로 생긴 역사에서 공간을 찾아낸 구로구 신도림역 '문화철도959'도 공간의 재발견에 해당된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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