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소래포구 어시장 '땜질식 대책' 논란
공유수면·그린벨트 위 불법가건물 시장
정부·지자체 "청소 말고는 해줄 게 없어"
국가어항 지정, 시설현대화 대안 하세월
18일 새벽 발생한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의 수습방안을 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화재로 인한 피해가 반복됐는데도 해당 지자체 등이 땜질식 대책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소래포구 어시장이 국가 소유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불법으로 지어진 가건물이어서 대책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다고 항변하지만 시장 상인 등은 시설현대화 등 근본 대책을 세워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석현 인천 남동구청장은 20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재난안전기금과 국민안전처 재난안전특별교부세 등을 활용해 폐허가 된 소래포구 어시장 좌판을 한 달 안에 다시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꽃게철 대목을 맞은 데다 상인들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좌판점포라는 점을 의식한 대책이다. 장 구청장은 "당장 꽃게철이 다가왔기 때문에 상인들 입장에서는 하루가 급한 상황"이라며 "최대한 복구를 서둘러 다시 영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동구도 이 방식이 근본대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똑 같은 형태의 화재가 7년 전과 4년 전 두 차례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내놓은 대책으로는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어렵다.
김기봉 남동구 공영개발사업단장은 "근본 대책은 소래포구를 국가어항으로 지정하고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해양수산부가 2월 말 진행하려고 했던 국가어항 예비지정을 하반기로 미뤄둔 상태라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남동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해줄 수 있는 복구범위도 제한적이다. 불탄 현장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일이 고작이다. 여기에 천막으로 지붕을 덮어주는 정도가 국가·지자체 예산으로 해줄 수 있는 최대치다. 김 단장은 "현재 어시장이 그린벨트여서 남동구가 나서서 건축물을 지을 수는 없다"며 "민간이 짓는 것을 모른체 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불법행위여서 방치해도 되는지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좌판 설치 등 영업 재개를 위한 시설 설치는 상인들 몫이다. 신민호 소래포구 신상인회 회장은 "소래포구가 국가어항으로 지정되고 일부 공유수면이 매립되면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하는 것이 상인들의 오랜 숙원"이라며 "하지만 이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임시방편이지만 과거처럼 다시 천막을 치고 좌판을 설치해 장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래포구 어시장은 자연재해로부터도 안전하지 않다. 만조 때마다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백중사리나 달과 지구가 가까워져 달의 인력이 강해지는 슈퍼문 때에는 어시장 좌판상점 바닥까지 물이 차오르기 일쑤다. 평소 썰물 땐 물양장 아래 갯벌 바닥까지 2∼3m 높이의 차이가 있지만, 백중사리나 슈퍼문 현상 땐 상점에 있는 상인들의 무릎 밑까지 물이 차올라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날이 적지 않다. 실제 2015년 10월과 지난해 10월에는 슈퍼문 영향으로 침수돼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소래포구 어시장 좌판상점은 집중호우나 태풍 때도 자주 비닐천막이 붕괴되는 피해를 입는다. 2010년 8월에는 집중호우로 빗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어시장 천막이 무너져 좌판점포 30여 곳의 영업이 중단됐다.
이번처럼 화재도 단골 재난이다. 2010년 1월 11일과 2013년 2월 23일 두 차례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각각 25곳과 36곳의 좌판상점이 불에 탔다. 이번 화재는 과거 두 차례 화재와 판박이다. 화재규모만 차이가 날뿐 화재 발생시간대와 원인 등이 거의 똑같다. 화재는 모두 오전 1~2시, 상인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심야시간에 발생했다. 원인도 모두 전기 계통에 의한 화재였다. 2010년과 2013년 화재는 변압기 용량 부족과 과전력 현상이 원인이었다. 18일 화재도 경찰과 소방당국이 원인조사 중이지만 현재 전기 계통 문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리체계가 일원화되지 못한 것도 문제다. 현재 소래포구 어시장 좌판 332곳은 6개 상인회로 나뉘어 있다. 신민호 회장은 "상인들마다 이해관계가 다른데다 합법적으로 이를 묶어세울 명분도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소래포구 어시장 때문에 주변 상권도 형성되고 유지돼 온 것이 사실인만큼 하루빨리 양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화재로 332곳 좌판점포 가운데 220곳이 잿더미로 변했다. 일반 점포 41곳 중 20곳도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