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민·유학생 늘면서 '쓰레기 몸살'

2017-03-28 10:40:27 게재

서울 자치구들 '무단투기와 전쟁' 선포

'영어 교육, 중국어 단속' 아이디어 다양

# 서울 광진구는 최근 세종대 주택형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교환학생을 대상으로 '쓰레기 없애기 교육'을 진행했다. 종량제봉투 사용법 영어 강의에 이어 실제 폐기물을 분류하는 체험이 이어졌다.

# 중국인 최대 밀집지역 가운데 한곳인 서울 구로구는 가리봉동 일대에서 '무단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나절만 방치해도 '쓰레기 산'이 생기는 골목길 정화를 위해 청소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외국인 주민과 유학생이 늘면서 서울 자치구가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다. 광진구는 최근 세종대를 시작으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쓰레기 배출방법 교육을 진행한다. 사진 광진구 제공

외국인 주민과 유학생이 늘어가면서 서울 자치구가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다. 쓰레기를 돈을 주고 구입한 봉투에 담아 버리는 문화에 익숙지 않고 재활용·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어서다. 외국인 주민에 대한 편견, 주민간 갈등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구로구 가리봉동을 비롯해 영등포구 대림동, 관악구 신사·조원동, 광진구 자양동 등 중국계 주민이 밀집한 동네가 특히 쓰레기 고민이 크다. 광진구만 해도 외국인 주민 비율이 높은 자양4동과 화양동은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가 각각 25%와 15%에 달한다. 구로구가 가리봉동 집중단속 직전에 우마1·2길에서 치운 무단투기 쓰레기만 2.5톤 청소차로 8대 20톤에 달했다. 이후 매일같이 단속을 하는데 하루 10~20건씩 적발,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

동네는 다르지만 행태는 엇비슷하다. 종량제봉투가 아닌 편의점 등에서 제공하는 검정봉투에 일반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한다. 종량제봉투에 재활용품이나 음식물쓰레기 등을 혼합해 버리거나 배출 요일이나 시간 장소를 구분하지 않는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배출방법을 정확히 인지하고도 얌체처럼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장에서 적발해도 한국말을 모른다고 하거나 잡아떼면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이 배출한 종량제봉투에 뜯어 쓰레기를 담아 버리거나 심지어 봉투만 가져가고 내용물을 그대로 방치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음식쓰레기 종량제봉투와 색깔이 비슷한 봉투를 사용해 야간시간에 수거용기에 버리는가 하면 단속을 피해 집에서 거리가 먼 곳에 버리거나 단속원이 눈에 보이면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주민도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이 주로 거주하는 기숙사나 하숙·자취집 인근에서는 배달음식을 포장한 일회용 그릇에 음식물과 쓰레기를 담아 버린다는 이웃들 항의가 줄을 잇는다. 외국인 주민·유학생에 편승해 덩달아 무단투기 대열에 합류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면 공무원들이 치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역이용한 신고도 만만찮다. 또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쓰레기가 버려진 곳에는 더 많은 쓰레기가 쌓이게 마련"이라며 "거주 환경이 취약한 곳에 외국인이 몰리는데 쓰레기 무단투기로 동네가 더 슬럼화돼 기존 주민이 떠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각 자치구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무단투기에 대처하고 있다. 외국어 홍보제작물을 만들어 나눠주는가 하면 무단투기 경고판에도 중국어가 등장했고 외국인 단속반도 채용해 다국어 홍보·단속을 한다. 광진구는 특히 2만9441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우선 대상으로 삼고 대학과 손잡고 쓰레기 배출방법 교육에 나섰다. 세종대에 이어 건국대 다문화교육센터 등 외국인이 모이는 장소마다 찾아가는 교육을 계획 중이다.

구로구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연계해 사전 홍보를 하는 건 물론 건물주와 협의해 월세 계약때 관리비 1만~2만원을 더 책정, 집주인이 규격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걸 돕도록 하고 있다. 무단투기가 빈번한 거리에 위치한 점포·건물주를 환경정화위원으로 위촉했고 지역에 오래 거주한 외국인이나 귀화 주민을 중심으로 청소와 모니터링을 맡겼다.

이동섭 구로구 청소운영팀장은 "일부 풍선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검정봉투에 담긴 무단투기가 많이 줄었고 규격봉투 배출이 점차 늘고 있다"며 "과태료 수입으로 시간제 계약직 단속요원 인건비 충당이 가능해 내년에는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박영길 관악구 청소행정과 작업관리팀장은 "단속이나 홍보 어느 한가지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주민 스스로 인지하고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한 만큼 자조조직이나 공동체를 통한 자정노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