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는 행복열차│부모 손잡고 떠난 봄 여행

"아빠가 따준 진달래꽃, 맛 없어도 아빠 마음 알아요"

2017-04-11 12:43:49 게재

치유 숲에서 마음 열기 …충청권 중2 학생 부모와 소통

행복열차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와 아이들이 진달래꽃을 따서 서로 먹여주고 있다.


"아빠가 따준 진달래꽃을 태어나 처음 먹어봤어요. 맛은 없지만 아빠 마음은 이해할 것 같아요" "새벽에 아빠랑 온천에 다녀왔는데, 마음이 편해졌어요. 자꾸 웃는 아빠 얼굴을 보니 또 오고 싶어요" '숲으로가는 행복열차(행복열차)'에 참여한 민우(가명 대전 ㄱ중학교 2학년)가 말문을 열었다. 꽃을 따서 암술과 수술이 몇 개인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민우는 진달래꽃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1박2일 일정으로 경북 영주시 국립산림치유원에서 부모와 중2남학생 36명이 여정을 풀었다. 7일 '치유 숲에서 마음열기' 주제로 진행한 '행복열차'는 부모와 함께 떠나는 올해 첫 프로그램이다. 자녀와 소통을 하고 싶은 부모들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 36명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손자와 함께 에코 가방을


첫날 에코가방 만들기에 도전했지만, 아이와 부모 모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다. 애써 아이 와 친해지고 싶어 말을 시키고 질문을 던져보지만 아이는 자꾸 멀어진다. "사실 이런 여행은 처음입니다. 준호(가명)랑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이가 잘 받아주질 않네요"

박주희(45 가명)씨는 "아이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아이는 전혀 반응이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에코가방에 자신만의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나뭇잎과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독특한 모양을 그려 넣었다. 초등학교 3학년 동생한테 선물하겠다며 곰돌이 그림과 노랑 꽃 장식을 했다. 부모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작게 쓰고 하트모양으로 마무리 했다. 엄마를 좋아하지만 창피스러워서 크게 쓰지 않았다고 했다. 진우는 나무가 많은 숲에서 살고 싶다며 가방 전체를 녹색 물감으로 도배하고 몸으로 가렸다. 남한테 보여주는 게 부담스럽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학부모특강을 하는 임영준 아버지학교 교장

부모들도 자식을 위한 선물용 그림을 그리거나, '자식사랑' 생각을 한 땀씩 바느질로 에코가방에 쏟아냈다. 완성된 가방은 조별로 발표했다. 그림을 설명하면 되는 간단한 발표지만, 쑥스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빠나 엄마가 대신 설명하려고 하자 치유 강사가 말렸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표현할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부모를 설득했다. 김미선 미술치유 강사는 "아이와 부모 모두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그림에 표현하고 있다"며 "1시간 이상 집중하면서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 치유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2 자식 제대로 이해하기 = 저녁 식사 후 아이들은 '온전한 나와 만나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부모들은 '자식이해하기' 학부모교육 강의실에 모였다. 부모교육 전문가인 임영준 전 아버지학교 교장이 특강에 나섰다. 임 강사는 "중2 자녀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마라. 마음이 허해진 부모가 일방적 사랑을 강요한다. 내 삶이 없는 부모들, 남의 삶을 살고 있는 부모는 자식에게 집착한다"며 부모들의 평소 생각을 훑었다.

부모교육 오감 트레킹을 마친 부모들이 산신령놀이에 푹 빠졌다.


"중2는 사춘기다.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이때 부모가 자꾸 간섭하면 '쪽팔려한다'"고 설명했다. 사춘기 때 자식을 붙들수록 아이는 쪼잔해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상에서 자신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부모는 내 생각과 감정만 앞세워 자식을 대한다고 말하자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에게 미리 정답을 주는 대화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내 자식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인생을 자식에게 '올인' 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식들은 부모를 따라 배우는데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지 않으면 자식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나를 위한 투자'를 할 것을 권했다.

임 강사는 자식이 부모에게 왜 '심리적 보복'을 하는지 잘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사랑한다는 말보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아빠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 고맙고 행복해'라는 대화법을 전했다.

마음조절하기


프로그램을 마친 아이와 부모들은 다시 강당에서 만났다. 부모와 한조가 되어 종이를 말아 나무젓가락을 내려쳤다.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게임이다. 한꺼번에 젓가락 4개를 자른 아이는 부모를 껴안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와 부모는 벽과 바닥이 편백나무로 시공된 산림치유원 강의실과 숙소에서 밤늦게까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밖으로 나온 아이는 부모 손을 잡고 별 구경을 했다. 다음날 풍기온천에 다녀온 아이와 부모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아빠와 함께 하는 아침 식사가 집 밥보다 편하고 맛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젓가락 자르기


안전강사와 숲해설가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산신령놀이 등 오감 트레킹을 마친 후 부모와 함께 진달래꽃을 따먹거나 냇가에 둘러앉아 돌탑 쌓기를 했다. 윤 할머니는 버들강아지를 꺾어 버들피리를 만들어 부는 방법을 알려줬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따라 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아이들은 부모에게 편지를 썼다.

행사에 참여한 이영 교육부 차관은 아이들과 함께 에코가방을 만들고 식사를 나눴다. 부모대화 시간에는 아이 키우는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듣고 적었다. 윤은순 할머니는 쌍둥이 손자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윤씨는 "아파트 청소일로 손자를 키우고 있는데 이틀을 쉬는 게 부담돼 망설이다가 참여했다"며 "평생 처음으로 손자와 떠난 여행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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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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