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이젠 그림도 그린다
구글의 인공지능망(neural network)은 퀵 드로우에 쌓인 이용자의 그림을 이용해 인간의 두뇌가 그림그리기를 학습하는 방법에 대해 통계적 추산을 낸다. 사람들이 무엇을 묘사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한 명이 단어카드에 적힌 사물을 스케치북에 그리면 상대방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맞히는 TV 오락물 속 게임과 비슷하다.
인간이 올빼미나 정원, 돼지 등을 묘사할 때 공통으로 인지하는 특징들에 대한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학습시키면, 인공지능망은 스스로 추상적 개념을 그림으로 구체화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구글 개발자 데이빗 하와 더글라스 에크에 따르면, '스케치-RNN'으로 불리는 이 인공신경망은 온라인 이용자가 그린 500만개 이상의 그림을 통해 스케치 방법을 배웠다.
개발자 데이빗 하는 14일 온라인매체 '쿼츠'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연구의 목적은 추상적 개념으로부터 공통의 특징을 찾아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람이 그리는 것과 유사한 그림을 이해하고 만들어내도록 인공신경망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케치-RNN은 어른이 하는 모든 것을 따라하려는 어린아이와 비슷하다. 인간이 만든 그림을 보고 '나도 그릴 수 있어'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관련한 7만개의 그림을 본 뒤 인공지능은 고양이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낸 그림을 그려낸다. 이전에 본 것을 단지 똑같이 복사하는 게 아니라 매번 스스로 다른 그림을 그려낸다. 고양이라는 추상적 특징은 유지하고 콧수염과 꼬리 등 세부 묘사를 달리한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 이는 스케치-RNN이 '고양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주어진 개념과 맞지 않는 것을 스스로 교정한다. 개발자 에크는 "고양이의 특징과 다른 그림, 예를 들면 눈이 세 개인 고양이를 보여주면 스케치-RNN은 이를 수정해 눈이 2개인 고양이를 그려낸다"고 말했다. 또 고양이를 그리라 지시한 뒤 칫솔을 보여주면, 고양이의 귀나 수염, 발 등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그렸다.
이 능력이 정교하게 발전하면 기계가 사람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스케치-RNN은 이미지를 볼 때 픽셀(화소)의 조합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사람처럼 '벡터'(크기와 방향을 가진 양)로 이미지를 이해한다. 즉 화소의 크기나 색깔, 농담 등 개별적 정보가 아니라 추상적 개념이 구체적 모습으로 바뀌는 전체적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구글 측은 이같은 인공지능이 예술가들에게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구글은 자체 실험에서 스케치-RNN은 사람이 그리다 만 모기 스케치를 스스로 완성시켰다고 밝혔다.
쿼츠는 "기계가 창의적인 그림을 그리거나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날이 머잖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