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검찰 기소권 남용 통제 추진

2017-05-08 00:00:01 게재

문재인 후보, '검찰시민위원회 법제화' 공약

무리한 기소나 불기소, 시민이 타당성 심의

대선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가운데, 시민이 직접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통제하는 방안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검찰시민위원회 법제화' 공약이 그것이다.

검찰의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나 불기소를 직접 심의해 부당한 검찰권 행사를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스폰서 검사사건후 검찰 스스로 도입 = 문 후보는 권력기관 개혁, 특히 검찰개혁을 시급한 과제로 제기하며 '검찰의 외부 견제기능 강화' 추진을 공약했다. 구체적으로 △중대부패범죄에 대한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하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불기소를 통제하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 법제화 △재정신청 대상을 현행 고소사건뿐만 아니라 고발사건까지 확대하고, 공소유지변호사 제도 부활이 그것이다.

이중 검찰시민위원회 법제화는 시민들이 직접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는 수단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검찰시민위원회란 검사의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의 옳고 그름을 심의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말한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 구상은 노무현 정부때인 2005년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위)에서 처음 제기됐다. 당시 사개위에서는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대상을 불기소처분 외에 구속 취소 등으로 확대할 것인지 여부와 심의시기를 처분 전으로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러다 2010년 4월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며 검찰이 스스로 검찰시민위원회를 도입했다.

검사 의견과 다른 결론 3.7% 뿐 = 2010년 5월 검찰은 대검예규인 '검찰시민위원회 운영지침'을 제정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동안 검찰권 행사에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제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제도의 운영과정에서 그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다. 지난 2월 부장검사 출신 임수빈 변호사의 박사학위 논문인 '검찰권 남용에 대한 통제방안'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위원회가 심의한 사건 가운데 검사 의견과 다르게 결론을 내린 것은 전체 사건의 약 3.7%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검찰이 눈앞의 위기만을 모면하려고 임기응변으로 만든 제도에 불과한 것으로 유명무실한 제도'란 비판이 제기됐다.

임 변호사는 검찰시민위원회가 유명무실화 한 데 대해 △법적 기구가 아닌 대검찰청 예규에 따른 임의기구이고 △위원회 구성을 검찰이 주도하고 △검사 요청에 의해서만 위원회 심의가 개시되고 △심의 결과가 참고사항일뿐 구속력이 없고 △위원회 스스로 조사를 할 수 없어 검사측 제공자료에만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재·전해철, 두번 발의했다 실패 = 문 후보는 이를 극복한 '법제화'를 공약한 것이다. 검찰시민위원회의 법제화 시도는 그동안 두차례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1월 민주당 김학재 의원과 박근혜 정부때인 2013년 6월 역시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으나, 모두 국회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김 의원이 추진한 법안은 법무부의 반대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전 의원 법안은 소위에 넘겨져 법안심의도 없이 폐기됐다.

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지난해 9월 다시 '검찰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을 지난해 11월 법사위원회에 상정돼 소위로 넘겨졌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의 옳고그름을 시민이 심사하기 위한 검찰시민위원회 설치 △위원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중 무작위 추출로 선정 △고소고발사건은 당사자가, 그 외 사건은 누구든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그 당부(當否)의 심사를 신청 △위원회는 검찰에 사건기록 송부를 요청하고, 필요하면 검사나 피의자, 전문가 등의 진술을 들음 △위원회가 기소의 의결을 한때에 검찰은 재수사를 개시하고, 기소 제기 여부를 결정 △검사가 기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위원회가 다시 기소제기를 의결해 법적 기속력을 부여하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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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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