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새 우는 개화동 골목길 탐방

서울의 서쪽 끝자락에서 만난 전원 풍경 속으로

2017-05-12 09:51:56 게재

개화동은 새말마을, 내촌마을, 신대마을, 부석마을, 상사마을 등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행정구역상 서울시에 속하지만 개화산 자락 아래 옹기종기 모인 집들은 대부분 단독주택. 한적한 전원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담벼락에 새겨진 빛바랜 벽화부터 상추, 고추가 자라는 텃밭, 산새소리, 전깃줄에 앉아 고개를 까딱이는 제비들까지. 정겨움이 묻어나는 고향 같은 마을을 둘러보았다.

 
내촌, 상사마을 숨겨진 벽화 찾기
내촌과 상사마을 구석구석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다른 지역의 유명한 벽화마을과 달리 많은 집들 가운데 하나씩 숨어있어 눈을 크게 뜨고 신경 써서 다녀야 발견하게 된다. 세월의 때를 입어 조금씩 바랬지만 회색 담벼락을 곱게 채운 이 동네의 벽화들은 상업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개화동’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벽화에는 유난히 꽃 그림이 많다.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원해서 그린 그림들은 하나같이 위트가 있고 정감이 넘친다. 상사마을 종점에 있는 터널 안에도 ‘어린왕자’와 정글을 주제로 한 벽화가 길게 이어져 있다.
내촌은 5호선 개화산역 2번 출구로 나와 개화초등학교를 지나면 만나는 마을이다. 상사마을은 개화산역 2번 출구에서 6641버스를 타고 상사마을 종점에서 내리거나 9호선 종점인 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걸어가면 된다. 개화역 1번 출구 앞 고가 벽에도 학생들의 솜씨로 꾸민 벽화를 볼 수 있다.

 
수제 클래식 바이크 카페 ‘벨로치노’

상사마을 종점에 위치한 ‘벨로치노’는 대만에서 직수입한 클래식 바이크를 조립해 전시, 판매하고 있는 수제 바이크 카페다. 넓은 앞마당과 테라스, 우뚝 솟은 건물이 눈길을 끄는 이곳은 라이더라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할 장소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진한 커피향이 코를 자극하는데 원두를 가득 쌓은 공간 안에 자전거를 세로로 고정시킨 모습이 독특하다.
넓은 홀 인테리어 역시 자전거를 콘셉트로 구성했다. 우아하면서 개성 넘치는 수제 클래식 자전거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테이블과 의자, 조명등까지 자전거 바퀴나 안장을 본 따서 만든 디자인으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앙증맞은 장식소품들 역시 자전거 일색이다. ‘벨로치노’에서는 1급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프리미엄 커피의 깊고 진한 풍미를 맛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과 머핀, 케이크 등의 디저트도 판매하며 다양한 종류의 디톡스 주스도 준비돼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연중무휴다.

 
도자기 핸드페인팅 공방 ‘제니의 정원’

초록의 정원과 노란색으로 칠한 아담한 건물이 발걸음을 붙잡는 곳, 도자기 핸드페인팅 공방 ‘제니의 정원’이다. 대문이 없는 마당 한쪽에는 작은 벤치가 보이고 구석구석 자리 잡은 조형물과 나무에 매달린 세라믹 종들이 이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공방 외벽과 테라스의 울타리에도 하얀색 도자기 판 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장식품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내부 공간에는 그릇과 접시, 찻잔 등 멋스러운 핸드페인팅 도자기 제품들로 가득하다. 제니의 정원은 공방을 요일별로 나눠 쓰고 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최실 작가가 공방 문을 여는데 원하는 이들에게는 재료비만 받고 수업을 가르친다. 작가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커피를 맛볼 수도 있다. 최실 작가는 “제니의 정원은 누구나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힐링 공간”이라며 “부담 없이 둘러보고 커피 한잔 하고 가시라”고 전했다.

 
미타사와 강서둘레길

개화산에는 두 개의 사찰이 있다. 하나는 산 정상부근에 위치한 약사사와 내촌마을 근처 개화산 기슭에 자리 잡은 미타사이다. 미타사는 도심에서 가까우면서 한적하고 아담한 사찰이다. 법당 옆 커다란 바위 위에 우뚝 솟은 석불입상과 문화재 제 249호로 지정됐다. 미타사는 강서 둘레길과 이어져있다. 전망대와 북카페, 쉼터, 휴게시설 등 정비가 잘 되어있는 강서 둘레길은 가볍게 산행하고 싶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국내 최대 야외 고양이 카페 ‘고양이 정원’

개화산 자락 아래 개인 별장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고양이들을 위한 야외 카페다. 고양이 정원은 1층 카페와 잔디로 꾸며진 마당, 2층 야외 정원으로 분리돼 있다. 아름다운 개화산과 인공폭포, 1,000여 평의 넓은 야외 정원 등 도심에서 흔히 보기 힘든 경치로 문을 열자마자 애묘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다.
정원 한쪽에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고양이뿐 아니라 가족들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1층 카페에는 손님들을 위한 커피, 라떼, 에이드, 스무디, 주스 등 다양한 음료와 와플, 허니 브래드 같은 달콤한 간식이 준비돼 있다. 1인 1음료 주문 시 카페 이용이 가능한데 가족단위 손님들을 위해 영·유아와 초, 중, 고, 일반인으로 나눠 가격을 따로 정해놓았다. 


개화동 가는 길 반가운 꽃집 ‘송림 꽃 식물원’

개화초등학교를 지나 잠시만 더 올라오면 다양한 식물들을 판매하는 ‘송림 꽃 식물원’을 만날 수 있다. 동서양란과 관엽식물들을 비롯해 솔란, 장구채, 달개비, 백합, 나리, 풍로초, 백리향 등의 야생화, 앙증맞은 다육식물들이 가득하다. 상추, 고추, 토마토 등 텃밭에 옮겨 심을 수 있는 채소모종들도 있다. 시골농장에서 직접 식물들을 가져오기 때문에 일반 꽃집에 비해 종류가 다양하며 가격도 저렴하다고 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연중무휴이다.

정선숙 리포터 choui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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