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미타브 고시

"불확실성의 시대가 시작됐다"

2017-05-25 11:20:57 게재

인도 대표작가 첫 방한

'기후변화' 이주늘어

"국가 개념 바뀐다"

"20대 때 델리에서는 종교 갈등이 일상적이었습니다. 홍수 태풍과 같은 끔찍한 자연재해도 빈번했습니다. 서양은 이런 일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안전한 곳으로 생각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릴 때 인도에서 경험했던 상황들이 지금 전세계적으로 재현됩니다. '모더니즘의 미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모더니즘을 통해 앞서 나가는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더 발전됐다고 간주됐던 국가에서 덜 발전된 국가들이 겪었던 일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제공

24일 서울 교보문고에서 개최된 기자 간담회에서 아미타브 고시는 "불확실성·불예측성의 세계가 시작됐다"면서 "지금까지 인류가 겪지 못했던 엄청난 파괴가 발생하는 현상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를 대표하는 작가인 그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을 위해 처음으로 방한했다. 인도·파키스탄의 분열과 인도·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를 다룬 '그림자선', 미얀마의 역사를 그린 '유리궁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인류학과 역사를 엮은 복잡한 서사 전략을 구사하며 국가·개인 정체성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언급했다. 그는 "테러가 일어난 날 브루클린 학교에 다니는 딸을 데리러 가면서 온몸에 먼지를 뒤덮은 채로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보는데 끔찍했다"면서 "딸이 '창문을 통해 일어나는 걸 다 봤어'라고 할 때, 내가 예전에 느낀 감정을 딸이 느끼겠다고 생각하면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테러리즘과 함께 그는 기후변화를 언급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으로 벵골만 사례를 들었다. 인근에 2억여명이 거주하는 벵골만에 어떤 생물도 살지 못하는 '데드존'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이에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은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들"이라면서 "국가·공간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제대로 이해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계'에 대한 관심도 밝혔다. 그는 "나이지리아 청년이 삼성 스마트폰을 통해 이미지를 소비하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스마트폰으로 송금하는 법, 국경을 넘는 법을 배운다"면서 "통제권을 쥔 사람은 스마트폰을 든 청년인가 삼성에 있는 엔지니어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네트워크에 의존한다"면서 "전세계 난민 센터에 가 보면 사람들이 충전기 주위에만 모여 있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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