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녹조발생 … 지자체 '식수비상'
정수시설 보강 등 대책마련 분주 … 환경단체 "'찔끔' 수문개방으론 역부족"
4대강에 녹조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식수 비상이 걸렸다. 해당지역 환경단체 등은 지난달 실시한 4대강 보의 제한적 개방으론 한계가 있다며 일제히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녹조가 가장 심각한 낙동강은 지난 14일부터 조류경보단계를 '관심'에서 '경계'로 올렸다. 12일 기준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녹조는 ㎖당 세포수가 5만1555개로 경계기준인 1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강정고령보의 경우 지난해 6월 가장 심각했을 때가 9975개였다.
녹조 확산이 빨라지면서 지자체들도 서둘러 대응마련에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0일 취수장인 낙동강 강정고령보와 수돗물 생산 시설인 매곡정수장을 찾아 조류 대응상황을 점검했다.
대구시는 낙동강 조류경보 경계발령 후 조류물질 검사를 주 1회에서 2회로 강화하고 원수 검사 항목을 160개에서 205개, 정수검사 항목은 200개에서 270개로 각각 늘렸다. 또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업소에 점검을 강화해 낙동강 영양염류 유입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는 강정고령보 내 문산과 매곡 등 두 곳의 취수장에서 원수를 취수하는데 현재 원수량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수위가 낮아지면 조류가 빨려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 약품 추가투입 등의 과정이 필요하고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100% 유해물질을 걸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낙동강 유역인 부산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녹조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미 조류펜스를 설치했고 취수장 주변 수질에 대해 정밀검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영산강도 지난 12일부터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일부에선 녹조 세포수가 4만개를 넘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녹조는 주로 영산강 본류와 지류가 만나 물 흐름이 정체되는 곳에서 주로 관찰됐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식 펌프와 녹조흡입장치를 투입해 강물에 떠있는 녹조 알갱이를 걸러냈고 수자원공사는 녹조류 희석을 위해 승촌보와 죽산보 수위를 낮춰 강물을 방류했다.
남부지역부터 시작한 녹조는 중부지역인 금강과 한강에 지난주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충남 서부지역 광역상수원인 보령댐은 가뭄으로 올해부터 금강물을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금강물을 공급받는 보령댐에 녹조가 시작된 것이다. 5월말 세포수가 2만개를 돌파했다.
당장 원인부터 주장이 엇갈린다. 충남도 등은 "금강물도 영향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저수율이 낮아지면서 수온이 올라간 게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지역 환경단체는 "1∼2급수인 보령댐에 4급수 금강물을 공급하니 당연히 녹조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충남지역 식수는 금강과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금강물을 보령댐에 공급하는 올해부터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금강 녹조가 곧바로 식수로 연결되는 구조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청댐 등 기존 상수원은 관리지역으로 묶여있지만 금강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는 금강 3개보로 녹조가 시작됐고 녹조가 이젠 가뭄을 계기로 인근 댐이나 저수지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도수로 건설 당시부터 수질우려가 나온 만큼 이미 소독시설을 늘렸고 활성탄 투입시설도 대폭 보강했다"며 "식수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도 녹조 비상에서 비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6일 "한강 홍제천 합류부에서 녹조발생을 확인했다"면서 "녹조가 성산대교 아래 한강 본류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상수원 지역인 잠실수중보 상류 쪽에선 전혀 녹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물론 고도처리시설이 완비돼 있어 수질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자체와 수자원공사의 자신에도 지역 환경단체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4대강 보의 전면 개방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승촌보 죽산보 전면 수문개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녹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양수시설 등 기반시설을 보완하면 충분히 전면개방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역시 "한강 녹조에 대한 대책은 현재 상황에서 신곡수중보의 개방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일부 보의 수문을 부분적으로 개방했을 때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번 개방으로 확인됐다"면서 "4대강 녹조 저감과 수질개선을 위해선 정부 연구조사 결과로 이미 증명된 것처럼 수문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