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법, 치유와 반성은 없고 법적 의무만

2017-06-20 11:01:33 게재

'회복적 정의'에 기반해 학폭법 개정해야

사립학교인 서울 중구 숭의초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사건 처리를 두고 여론이 뜨겁다. 4월20일 학교측이 진행한 1박2일 수련회에서 동급생 여러 명이 집단폭행을 가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유명연예인 자녀와 재벌손자가 가해자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단순 사건(아이들 장난)으로 처리해 연루자들에 대해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았다. 피해학생 부모가 경찰에 신고를 하고나서야 학폭위가 가동됐다.

문제는 이 사건에 대한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측 대응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교육청은 18일 "특별장학을 실시해 문제가 드러나면 숭의초교에 대해 감사 실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육청이나 학교측 모두 '법적대응'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가해자 명단에서 빠졌다는 금호아시아나 박 모 사장과 연예인 윤 모씨 아들의 개입여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학교폭력이 터지면 시도교육청과 학교는 '법적처리'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일선 교사들은 "경찰과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동시에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절차를 진행하는 게 관례처럼 됐다"며 "피해자 치유와 가해자 반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과 변호사를 앞세워 처리하다보니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재발방지, 상처치유 과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가해자측은 과도한 처벌을 우려해 변호사를 앞세워 책임축소에 나선다. 반면, 피해자 부모가 과도한 보상을 요구해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현행법에 규정된 학교폭력 처리절차 때문이라는 게 교사들의 지적이다. 피해 학생의 회복과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은 없고 법적 의무만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률은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학교폭력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피해자 회복보다 빠른 시간 안에 사건을 처리하는 것에만 급급해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폭위에서 행한 조치만 이행하면 의무가 끝나버리는 인간 소외가 발생하게 된다. 교육은 없고 처벌만 남는 시스템 속에서 피해 학생의 온전한 회복과 가해 학생의 반성을 통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학교폭력은 회복적 정의에 근거하여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