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임소라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이사장

"내집 갖게 돼 이민생각 접었대요"

2017-06-28 10:46:04 게재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토록

공급자보다 세입자에 혜택

"서울 생활을 한지 7년만에 처음으로 내 집을 갖게 됐다거나 이것저것 다 싫어서 이민가려고 생각했는데 집때문에 한국에 살아야겠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임소라(사진)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청년 주거지원이 청년수당처럼 소모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N포도 완화시킨다"고 단언했다. 그는 "서울시는 청년들 요구에 귀를 기울여 물리적 공간 이면,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적 공간을 제공했다"며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N포는 극심한 취업난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3포)하다 못해 세지 못할 정도로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임소라 이사장을 비롯한 청년들이 주거권 고민을 시작한 건 2011년. 한 대학교 학생들이 기숙사 공간부족을 학습권 일환으로 해석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정 대학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많은 청년들이 불합리한 임대료,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돼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시민사회 활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공공주택정책에서 청년들은 삭제돼 있어요. 공공임대주택은 입주조건이 까다로워 지원도 어렵고 정부는 집을 구하려면 빚을 내라고만 해요. 원룸 관리비는 불투명하구요."

행정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공공을 움직이기 위해 청년들 스스로 사례를 만들자는 생각에 2014년 6월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임대주택을 시작했다. 조합원들 출자금과 금융대출 등으로 주택 2채를 빌려 시세 60% 수준에서 임대료를 받고 보증금은 월세 2.5%로 제한하는 사회주택 '달팽이집'을 시작했다.

저렴한 주택공급이 가능하고 관계 맺는 삶이 긍정적이라는 걸 증명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입주자 선정 전후 주거정책과 사회주택에 대한 교육을 하고 반상회 바자회 운동회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관계를 쌓았다. 세입자는 집사 시설담당 등 각각의 역할을 맡아 조합과 소통하는가 하면 조합원이 나서 다른 조합원이나 세입자에 주택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공유하고 집에 대한 고민 공존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정기교육을 진행한다. 현재 달팽이집 7곳, 입주 조합원 120여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임소라 이사장은 "집에 대해 권한이 생기면서 '내 집'이라는 느낌을 갖는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사업이나 청년니트(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로 관심사를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박원순 시장이 청년들을 적극 응원, 서울시도 협동조합형 공공임대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청년주거정책을 펼쳤다. 임 이사장은 "청년들이 요구한 사업에 더해 새로운 방식으로 여러 실험을 진행해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앙정부도 청년주택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참이다.

문제는 청년주거정책이 청년인턴 등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청년 세입자가 아닌 주택 공급자에 대한 지원으로 방향을 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임소라 이사장은 "청년들은 비싼 새집보다 쓸만한 집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길 원한다"며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면 청년들 주거문제 해결과 지역거점 운동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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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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