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자사고 재지정, 문재인정부 교육개혁에 암초?

자사·특목고 폐지 '국가교육회의'로

2017-06-29 00:00:01 게재

"재지정하려면 특목고, 일반고 전환 왜 강조했나" 비판

"법 개정으로 자사고 운영권 교육감에게 줘야" 대안제시

서울시교육청이 28일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국제중 5곳을 재지정했다. 시민단체들은 예상을 깬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교육부는 침묵을 지켰다.

이에 따라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공약이 발목을 잡힌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조치로 자사고와 특수목적고인 서울외고, 영훈국제중은 2020년까지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8일 "과거 정부가 취소기준을 70점에서 60점으로 낮췄기 때문에 탈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구체적 실행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부 규정 때문에 자사고 취소를 할 수 없었다는 게 핵심 이유다. 조 교육감이 27일 자사고와 외고 폐지 주장에서 급선회 한 것이라며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선학교와 폐지를 주장하는 학부모들은 조 교육감의 조치에 강한 불만과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2015년 평가 당시, 부실 운영을 했던 서울외고와 자사고인 장훈고, 경문고, 세화여고, 영훈국제중은 부실운영으로 평가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들 학교에 '2년 유예 결정'을 내렸고 이번에 재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와 외고 등을 폐지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강화해 전환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교육부 탓으로 돌렸다. 지정 취소 기준(100점 만점에 60점)을 넘길 수 없는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쉽게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외고 자사고 국제중 재지정 평가는 정성평가 항목 비중이 높아 재지정 변수는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감이 의지에 따라 일반고 전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중의 경우 100점 만점에서 정성평가 항목이 52점이나 된다. 외고는 100점 중 45점이 정성평가 비중이다. 자사고도 35점이다. 객관적 수치를 놓고 평가하는 정량평가 항목보다 높은 편이다.

29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이 필요하다"며 "자사고·외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중심 교육, 고교서열화 등 공교육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국가교육회의에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돌렸다. 자사고 외고 폐지문제를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반대여론을 피해가자는 해법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국가교육회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연계해 고교 체제 개편, 수능 개편 및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제) 도입을 위한 종합 로드맵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도 관련법을 개정할 뜻을 내비쳤다.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시행령 개정은 3개월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에 따르면 "교육감은 다음 각 호의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사립의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법 제61조에 따라 학교 또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고등학교(이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라 한다)를 지정·고시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교육부는 2014년 12월 9일에 이 법 시행령을 바꿨다. 시도교육감들이 특목고와 자사고 등을 폐지하지 못하도록 강제규정을 추가한 것이다. 관련법을 손질하면 자사고 특목고 등에 관한 모든 결정권을 시도교육감에게 이양하게 된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재평가에서 서울시교육청은 평가 변경으로 인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2년 전과 같은 항목과 기본점수, 커트라인으로 재평가를 진행하여 이미 탈락할 수 없는 평가를 진행했다"며 "이번 재평가 결과는 해당 학교의 교육적 성과가 뛰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2년 전 심각한 부실함이 일부 나아졌다는 의미로 조희연 교육감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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