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안먹는 도시 선언' 어떨까요?

2017-07-14 10:37:45 게재

부천시장, 페이스북 통해 공론화 … 성남은 '개고기 없는 모란시장'

"반려견과 살아가는 시민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부천시의 입장에서 '부천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김만수 경기 부천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고기 없는 도시' 선언 여부를 공론화하고 나서 주목된다. 김 시장의 제안에 수백명이 찬반 댓글을 다는 등 논쟁이 뜨겁다. '개고기 식용' 찬반을 떠나 지자체가 직접 '개고기 반대' 정책을 펴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최근 국제동물보호단체가 '부천시를 개고기 안먹는 도시로 만들어 달라'며 두툼한 서명부를 제게 보내왔는데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의견을 묻는 글을 올렸다.

김 시장은 "요즘은 복날 삼계탕이 보편적이지만 주위에 개고기 마니아도 아직 꽤 있다"면서 "엄연한 문화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유럽인들은 한국사람을 만나면 개고기를 먹는 사실을 호들갑스럽게 지적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 시장에 따르면 현재 부천에는 대략 7만마리의 반려견이 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보신탕 식당은 19곳이 영업 중이다. 김 시장은 "부천시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해 많은 국제행사를 열고 있고 얼마 후엔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도 기다리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감안해 부천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개고기를 파는 식당에는 다른 메뉴를 취급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 시장이 글을 올린 지난달 23일부터 7월 13일까지 450여건의 댓글이 달렸다. 특히 김 시장의 제안에 찬성한다는 외국인 이름의 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391명이 '좋아요' 또는 '화나요' 아이콘을 눌렀고, 164회 공유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린다 브라운'씨는 "이 끔찍한 거래는 멈춰야 한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 금지하라"고 촉구하는 글을 올렸고, 김유리씨도 "좋은 개선책으로 식당메뉴를 바꿔 환골탈퇴하길 … 시장님의 용기와 결단력에 응원을 보낸다"며 찬성했다.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 유지현씨는 "엄연한 문화의 차이라면서 금지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개고기 문제는 먹고 안먹고가 아니라 공급처가 비상식적으로 개를 학대하는데 있다. 그걸 해결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댓글을 통해 공공기관인 지자체가 직접 '개고기 반대' 정책을 펴는 것이 타당한지도 논란이다. 자치단체장이 '반려견'에 대해 우호적인 여론, 즉 표를 의식해 제안한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이미 대부분 지자체들이 '애견공원'을 조성하고 대통령도 '반려견놀이터' 확대를 공약한 상황에서 '개고기 없는 도시' 선언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국내 최대 개고기 거래시장인 모란시장에서 개 보관·도살시설을 철거하기로 상인들과 협약을 맺고, 환경정비를 통해 업종전환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유기견을 입양해 '행복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시청의 마스코트로 삼기도 했다.

이밝음씨는 "굳이 개고기 없는 도시를 선언하고 시 재정을 낭비하는 게 옳은 일인가 싶다. 진짜 없어져야 할 문화라면 알아서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썼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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