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삼승 변호사 '권력, 정의, 판사'의 저자

"검찰출신 인사 대법관으로 임명할 합리적 이유 없다"

2017-07-25 11:08:48 게재

정치권력의 검찰통한 사법개입 조사해 밝혀야 … 법원과 검찰청사의 분리는 사법부 독립 상징

"검찰출신 인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해야 할 합리적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양삼승 변호사(70·사법연수원 4기)가 '권력, 정의, 판사-폭풍 속을 나는 새를 위하여'(까치글방)란 책에 쓴 말이다. 그는 사법부의 금기어인 정치권력과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이 책에서 "폭풍 속을 나는 새처럼,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말하는 용기 있는 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양삼승 변호사는 1947년 생 1972년 사법시험 제14회 합격 1974년 서울 민사지법 판사 1977년 독일 괴팅겐 대학, 법원 연수 1987년 서울대 법학박사 1990년 헌법재판소 연구부장 1992년 서울 형사지법 부장판사 1994년 서울 민사지법 부장판사 1998년 서울 고등부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1999년 법무법인 화백 변호사, 영산대학교 부총장 2003년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2009년 대한변협 부협회장 2011년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 2012년 영산대학교 석좌교수 2014년 영산법률문화재단 이사장


■검찰 출신 인사가 대법관이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20~30년 전부터 강하게 주장했다. 우선 검사들은 형사 사건만 쭉 했다. 법원사건 100건 중 90건은 민사와 행정사건이다. 대략 10건 정도가 형사사건이다. 검사는 평생 민사사건을 처리해 보지 않았다. 민사에 대한 전문지식이 하나도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와서 판결을 하면 판결 받는 사람이 과연 납득할까.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대법관 다양화를 위해서는 검찰출신도 필요한 것 아닌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법원에 들어와야 하는 것은 100%공감이다. 대법관 중에서 국익을 우선시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꼭 검사여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더구나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검사가 국익을 중요시 하는 올바른 의견을 냈나. 아니다.

■검찰 출신은 영원히 안된다는 것인가.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검찰은 정치권력을 도와 사법부를 이용하는 그런 역할을 해오지 않았나. 시간이 흘러 사법부가 완전히 독립이 돼서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이용할 생각을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 되면, 그때는 검사출신이 대법관으로 와도 된다. 하지만 당분간은 아니다. 공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오는 것은 좋은 데 검사가 아닌 다른 직역 출신이 와야 한다.

■검찰이 이용만 당했다고 볼 수 있나.

물론 처음에는 이용당했다. 하지만 검찰도 중간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한편으로 이용당하면서, 한편으론 정치권력을 이용했다. '우리가 정치권력을 도와 줄테니, 대신 검사 권력을 크게 해줘.' 이렇게 서로 주고받고 해 온 것이다. 그게 바로 박근혜 대통령 시절 검찰의 해악이 극에 달한 것이다. 큰 틀에서 볼 때 사법권 독립을 위해 검찰 출신이 대법관이 되면 안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과거 다른 기관들이 모두 과거사 반성을 했는데 검찰만 예외였다. 왜 그랬다고 보나.

김근태 고문사건을 보면 그를 고문한 경찰은 모두 처벌받았는데, 검사들은 아무런 처벌을 안받았다. 검사들 입장에서는 '그게 내 맘대로 한 게 아니라 정치권에서 시켜서 했다. 나보고 반성하라고? 좋다. 그러면 우리에게 지시한 정치권을 모두 까발리겠다. 그래도 괜찮겠어?'라는 입장일 것이다. 검찰이 과거사 반성을 제대로 하면 정치권력이 절대로 편하지 않다. 검찰도 그걸 아는 거다. 결국 정치권력이 검찰의 사과를 용인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노무현정부 때는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서, 반성이 가능하지 않았나.

검찰개혁 의지는 있었지만 준비가 철저하지 못해서 안된 것으로 본다. 당시 검찰 최상층부에서도 반성을 검토했다가 안하기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흔히 수사하다보면 '끝까지 다불어'라고 했다가 '다 불면 윗선이 다치는데 그래도 불어도 돼?'라고 한다. 그러면 얘기를 다 듣고 난 뒤에 '알았어. 여기까지만 하자'고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검찰의 반성도 결정된 것으로 안다.

■결국 정치권력이 검찰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없다면 검찰의 반성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정치하다보면 별일이 다 생기고, 검찰 도움을 받을 일이나, 미운 사람 혼내주고 싶을 때도 있을 수 있다. 근데 확실히 검찰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대통령 자신의 힘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걸 감수할 만큼 대통령이 준비됐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할 수 있다고 본다.

■검찰의 과거사 반성은 어떻게 돼야 하나.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김근태 고문사건이나 주요 과거사 사건때 누가 누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했는지, 어떤 거래를 했는지 당사자들을 조사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때 장관하고 검찰총장했던 사람들, 구체적으로 거래했던 게 다 드러나야 한다. 이렇게 한번 터트려 놓으면 그 다음에는 못한다. 이게 물론 쉽지 않다. 조직의 아픈 이야기를 다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검찰개혁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다 불러다가 진상을 밝혀서 하다못해 백서라도 남겨 놓으면 똑같은 짓 못한다.

■정치권력과 사법부의 관계는 어떤가.

과거 군사정권시대를 보면 사법부가 제 역할을 전혀 못해왔다. 제일 큰 원인은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법부를 이용하고 억눌러서 그렇다. 정치권력이 인권탄압적 조치를 많이 했고, 정당성이 없으니까 사법부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사법부를 이용했다. 사법부는 항상 이용당해왔다.

■사법부도 반성이 필요한가.

노무현 정부시절 이용훈 대법원장이 한 기념사에서 과거사 반성을 하며 이백몇십건인가 문제되는 형사사건들을 다 추려내 그것을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뒤에 흐지부지됐다. 사법부도 구체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이백몇십건 다 할 필요없이 김근태 사건이나 김재규 사건 등 몇 건만 하면 된다. 대신 확실하게 밑바닥까지 드러내야 한다. '누가'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누가'를 안 밝히면 나쁜 짓 한 사람들이 다 뒤에 숨는 것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안흘렀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이 없어지기 전에 증언을 듣던지 해서 밝혀놔야 한다.

■사법개혁을 위해 법원과 검찰청사 분리를 주장했는데

사법개혁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외형적으로 법원청사와 검찰청사를 분리하는 것이다. 워싱턴에 가면 대법원 건물 옆에 국회의사당이 있다. 입법부 최고 기관인 연방의회 옆에 사법부 최고 법원인 연방 대법원이 있다. 우리나라는 대검찰청이 대법원 옆에 있다. 지방법원 옆에 지방 검찰청이 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이상하게 느끼질 않는다. 미국 변호사들이 와서 보면 매우 이상하게 생각한다. 검찰청은 행정부 부처 중 하나인 법무부의 여러 외청중 하나일 뿐이다. 그게 왜 법원하고 맞먹어야 하나. 비유적으로 말하면 국회의사당 옆에 똑같은 크기로 영등포구청을 짓는다면 얼마나 이상하겠나. 그거하고 똑같다.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이미 배치된 건물들을 단기간에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먼저 국민 공감을 얻기 위해 선진국들의 실태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회있을 때마다 하나씩 점차적으로 독자적 위치를 확보해나아야 한다. 대법원을 한적하고 유서깊은 지방의 소도시로 옮기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사법부가 여러 가지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문제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열린 질문이 있고, 닫힌 질문이 있다. 열린 질문은 정답이 없다. 요즘 판사회의를 하면서 블랙리스트 문제를 논의하는데, 취지는 사법행정권자가 마음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맘대로 하면 안된다. 거꾸로 입장을 바꿔서 인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평가 자료가 필요할 거다. 이 둘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그게 열린 질문이다. 닫힌 질문은 정답이 분명하다. 정치권력이 사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용기다.

이 두 질문을 잘 구분해야 한다. 요즘 법관회의에서 문제는 열린 질문을 가지고 얘기를 한다. 그러면 정답이 안나오고 서로 의견이 갈린다. 그러면 법원의 인상이 나빠진다. 작은 것 보다 큰 것, 정답이 분명한 것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인가.

그동안 사법파동이 세 번 있었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장이 사과하고 어물어물 넘어갔다. 작은 것만 가지고 토론해서 결과물이 없다. 자칫 똑같은 경우가 될 수 있다. 큰 것부터 챙겨야 한다. 법원과 검찰청사의 분리, 검찰 출신 대법관 반대 등 이런 것에 판사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작은 것에만 자꾸 빠져 들어가서는 안된다. 작은 것은 천천히 해결하면 된다.

■사법부의 국민신뢰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미국 대법원은 무오류라고 한다. 사실관계를 놓고 따지면 아무리 유능한 대법관도 당사자만큼 잘 알 수가 없다. 정답이 분명히 있는 일, 사실관계는 대법원에서 판단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가치판단만 한다. 헌법문제만 한다. 낙태, 흑백차별 등 이런게 열린 질문이다. 정답이 없다. 사실문제를 가지고 얘기하기 시작하면 국민 신뢰를 잃는다. 사실관계는 하급심 판사가 한다. 그러니까 대법원은 무오류다. 이게 맞는거다.

■가치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다. 쫄리면 안된다. 대법원장이 인사를 할 때 강단있는 판결을 해 온 사람을 대법관에 임명하면 판사들은 금방 안다. '당사자한테 친절하고 판결 열심히 써서 대법관 됐나? 아니네. 깡다구 있게 했는데도 대법관이 됐네. 당시에는 불이익 받았다고 했는데 인사해보니 대법관이 됐네. 저렇게 해야 대법관이 되는구나' 이런 식으로 신호만 줘도 법관들은 따라간다. 대법원장은 이걸 해야 한다.

■국회에서 사법평의회가 논의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행정부가 너무 셌다. 그래서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터진 것 아니냐. 요즘은 입법부가 커지고 있다. 어느 순간이 되면 입법부가 너무 세다는 얘기가 나올 거다. 국회가 관여하는 사법평의회는 입법권에 의한 사법권의 장악이다. 말도 안된다. 입법 사법 행정 중 현재는 사법부가 가장 약하다. 언론이 사법부를 키워줘야 한다. 사법부도 언론을 키우고 서로 키워줘야 한다. 그래야 행정부와 국회를 견제할 수 있다.

■책 '권력, 정의, 판사' 말미에 보면 '헬리스키'얘기가 나오는데 직접 하나.

직접 한다. 크고 눈많은 산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하는 데가 없어 캐나다에서 했다. 보통스키하고는 기술이나 타는 법이 조금 다르다. 눈이 하도 깊으니까 푹신해서 다치거나 부러지지는 않는다. 대신 한번 넘어지면 잘 일어나기 어렵다. 빠져버리니까. 넘어지지 않는 게 중요하고, 넘어져도 요령껏 잘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 힘든 스키활강이 요구하는 덕목은 용기다. 법률가들에게 필요한 덕목도 말해야 할 때 해야 할 말을 하는 용기가 아닐까.

[관련기사]
[대법관 고문당한 사상 초유의 사건] "커피가 흘러 와이셔츠 적시는 것도 몰라"

장병호 장승주 기자 5425@naeil.com
장승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