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액성과급 잔치'에 제동

2017-07-25 10:50:09 게재

40% 이연 의무화 … 손실나면 차감·환수

단기성과를 중심으로 고액의 성과급을 챙기던 금융권 회사들의 관행에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권이 지나치게 단기성과에 치중하면 소비자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금융사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성과급체계를 개선하면서 이익을 발생시켜도 4년에 걸쳐 성과급을 지급하고, 손실이 날 경우엔 차감 또는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조치까지 검토하는 중이다. 이는 당초 2월에 입법 예고된 금융권 성과급 체계 개선 내용 중 하나인데 최근 발표된 신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금융권의 단기성과 중심의 고액성과급 지급 관행 해소 및 내부통제의 질 향상 등 투명성 강화'가 포함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권 성과급체계 개선 =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와 같은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감독규정이 빠르면 오는 8월 말 쯤, 늦어도 9월 초에는 시행 될 예정이다. 기존 시행령은 성과보수 이연지급 대상 직원의 범위와 비율, 성과보수 환수 기준 등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성과급의 이연비율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만 정하고 있어 금융회사별로 기준에 대한 혼선이 발생했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개정안을 마련해 성과보수 이연지급 대상을 '단기성과급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는 직무'에 종사하면서 '담당업무와 관련해 경상이익과 연동하는 성과보수를 받는 직원'으로 명확하게 했다.금융회사 CEO는 물론 고위험 금융상품을 설계하거나 판매하는 직원들도 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는 현재 금융회사들의 연봉체계가 성과급을 받기 위해 과도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행위를 빈번하게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집행임원과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의 경우 성과보수 이연지급비율을 성과가 발생한 해당 연도에는 성과급의 최대 60%만 주고, 나머지 40%는 3년에 걸쳐 나눠주도록 했다. 이와 함께 손실 발생시 성과급을 돌려받는 기준도 마련하고 있다. 증권사 임원이나 금융투자업무 담당자가 성과급 이연지급 기간에 담당 업무와 관련해 손실이 발생하면 성과급을 토해내거나 차감하는 내용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다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 환수비율과 명칭 등은 논의과정에서 약간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감원은 성과급 지급 비율과 같은 비율로 손실액을 책임지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하기로 하고 금융권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메리츠증권, 성과급 이연제 실시 중 = 한편 지난해에도 금융권 CEO들은 수십억원대의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액 논란이 일고 있는 '성과급'은 금융권 중에서도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두드러졌다. 금융투자회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6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6회계연도 보수총액 1위는 윤경은 KB증권 사장이다. 총액 27억200만원으로 이중 포상금을 포함한 성과급은 20억원에 달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기본급여 7억원에 지난 2014년도 흑자 전환과 2015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해 매각 추진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공로로 지급한 포상금 14억원과 성과급 6억원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사장은 지난해 보수총액 26억8000만원을 받으며 연봉 2위를 기록했다. 성과급은 21억 6000만원으로 금융권 주요 회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다만 메리츠 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인 이미 2010년 회계연도부터 성과급을 이연해 오고 있다"며 "2012회계연도부터는 50% 이상을 주가연계로 지급하기 시작했고 이번에 지급한 성과급에는 2012∼2015 회계연도 성과급 이연분을 합친 금액으로 주가연계에 따른 주가상승분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보수총액 24억2100만원 중 성과급이 12억5500만원에 달했다. 이 중 3억990만원은 이연된 장기성과급이었고, 12억5460만원은 4년 연속 업계 최고의 우수한 실적을 기록해 받은 단기성과급이었다. 한투 또한 보상위원회에서 산정한 성과급 중 이연 성과급(60% 해당액)은 3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고 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보수총액 19억8400만원 중 성과급이 단기성과급 2억4400만원과 지난 4년간의 장기성과급 12억8000만원 등 모두 15억2400만원에 달했고,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보수총액 8억900만원 중 성과급이 4억8300만원이었다.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전 사장은 보수총액 15억5900만원 중 1억5100만원을,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보수총액 24억2000만원 중 3억원을 각각 성과급으로 받아 상대적으로 성과급이 낮은 편에 속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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