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수혜보는 공공기관 비상임이사
2017-08-03 10:29:03 게재
산업부 산하 공기업 비상임이사 45% 임기만료
정국혼란 속 후임 못 정해 아직도 직무수행 중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임기가 끝났지만 국정농단에 따른 정국혼란과 정권교체 상황에서 후임인선이 안 돼 여전히 명함을 유지하고 있다. 공기업 비상임이사들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달에 한번 회의에 참석하고, 연봉 3000만원을 받아간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정부가 공기업 비상임이사에 대한 기본 원칙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씨는 2년 임기가 끝난 후 1년씩 3차례 연임에 성공다. 임기가 2015년에 끝난 B씨는 아직 후임이 결정 안 된데다 본인도 사표를 제출하지 않아 현재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교수출신이 30% 달해 = 내일신문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20곳의 비상임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122명 중 55명(45.1%)은 이미 임기가 만료됐다(당연직 정부부처 공무원은 제외). 하지만 이들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
기관별로는 산업기술진흥원이 12명중 9명으로 가장 많고, 한전 8명중 4명, 가스공사 7명중 4명, 코트라 6명중 4명, 산업기술평가관리원 10명중 3명, 석유공사 8명중 3명, 무역보험공사 4명중 3명으로 조사됐다.
이어 한수원·중소기업진흥공단 7명중 3명, 에너지공단·광물공사·동서발전·서부발전·전기안전공사·가스안전공사 5명중 2명, 중부발전 4명중 1명, 남동발전·남부발전·산업단지공단이 5명중 1명, 지역난방공사 6명중 1명은 임기가 만료된 상태다.
비상임이사들의 직업은 대학교수가 36명으로 29.5%에 달했고, 정치인 17명(13.9%), 민간기업인 13명(10.7%) 순이었다. 검사 출신 등 법조인 6명, 시민단체 활동가 5명, 금융인 3명, 국회 사무직 3명, 대통령 경호실 2명 등의 이력도 눈길을 끌었다. 대학교수는 산업기술진흥원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전과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각각 5명씩이었다.
◆탄핵정국에 임명된 사람도 있어 = 정치인 중 국회의원 출신은 한전 이강희, 한수원 류승규, 중부발전 김종학 등 3명이었다. 한수원 이진구(경주시의회 의장), 동서발전 이종현(충청남도 도의원), 서부발전 김정숙(충남도 도의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인태(경상남도 도의원) 등은 지방의회 출신이다.
이 외 한전 조전혁(바른정당 당협위원장), 가스공사 정만교(새누리당 충북도당), 광물공사 한명경(새누리당 중앙위원회)·박원관(한나라당 정책조정실장), 서부발전 맹호승(새누리당 산업자원분과위원장), 중부발전 오정섭(새누리당 당협위원장) 등이 현재 직무를 수행 중이다.
전기안전공사 장준영(새누리당 의원 보좌관), 가스안전공사 김우형(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고문), 지역난방공사 이보희(새누리당 지역구 부위원장)도 있다.
탄핵정국이던 지난해 12월이후 임명됐거나 연임이 확정된 사람도 적지 않다. 한수원에서는 이진구 이사가 올 2월 연임됐고, 같은 시기 권해상 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남동발전에서는 김종성 이사가 올 3월 연임에 성공했고, 2월에 박인철·마호섭 이사를 신규 임명했다.
동서발전 문 호 이사와 서부발전 주용식 이사는 올 1월, 중부발전 신경식 이사는 올 2월 각각 새롭게 임명됐다. 전기안전공사 허경찬 이사는 지난해 12월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만료후 3연임한 사례 눈길 = 중소기업진흥공단 오석송 이사는 2012년 6월 첫 비상임이사에 임명된 후 2년 임기 후 1년씩 3차례 연임에 성공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로 현 코스닥협회·무역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는 오 이사는 지난 6월말 문재인 대통령 방미때에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바 있다.
시민단체 출신인 에너지공단의 박신호 이사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임기를 마친 후 1년씩 연임을 두차례 성공해 올해 12월까지 임기가 보장됐다.
중부발전은 비상임이사 한자리가 공석이다. 지난해 10월 진홍 전임 이사가 전북도 정무부지사로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을 뽑지 않았다.
산업기술진흥원 이상직 이사는 2015년 12월 임기 만료됐으나 본인이 사표제출을 하지 않은데다, 정부도 연임을 확정하거나 후임 인선을 하지 않아 2년 가까이 어정쩡한 상태로 직을 유지하고 있다.
C공기업 관계는 "어떤 기관은 임기 만료된 이사를 연임시키고, 어떤 곳은 새로운 사람을 선임했으며, 또 다른 곳은 전임 이사가 임기 만료된 상황에서 직무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정부가 원칙 없이 기관마다 각양각색 운영방식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D공기업의 관계자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 임기만료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으로 교체해야 일의 능률도 오르고 조직에 활력이 넘칠 것"이라며 "다만 특정분야 종사자들만 선호하지 말고 전문성있고 균형감각 있는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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