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 100일 ②

180도 바뀐 경제정책 … '소득주도성장' 시동

2017-08-17 00:00:01 게재

비정규직 정규직화하고 최저임금 인상

서민 복지 확대 … 부동산투기 강력 차단

증세 후퇴·재정악화 우려 … '조급증 버려야'

문재인정부 출범 후 100일간 내놓은 경제정책들은 이명박·박근혜정부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과 부자들의 소득이 늘면 자연스럽게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으로 흘러간다는 '낙수효과'를 기초로 했다. 반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증가하고 결국 경기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수효과'를 기반으로 한다.

문재인정부가 일자리와 소득을 경제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일자리가 늘고 가계소득이 증가해야 소비가 증대돼 기업소득도 늘고, 이는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져 다시 가계소득을 높이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는 논리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다.

최우선 국정과제는 일자리 = 실재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좋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구체적인 정책 실행을 위한 컨트롤타워인 '일자리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했다. 일자리위원회는 최근 예산·세제·금융·조달 등 모든 정부운영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일자리 중심 국정운용체계 구축방안'을 내놓았다.

문재인정부는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도 역점을 뒀다. 일자리 양을 늘릴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높여야 소득불평등을 줄이고 실질적인 가계소득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우선 올해 연말까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민간으로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도 대폭 오른다.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7350원. 올해보다 16.4% 증가한 액수다. 2010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2.75~8.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문 대통령의 약속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정부는 또 이달 9일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대부분 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데 이어 10일에는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16일 아동수당 도입 및 기초연금 인상 방침 발표 등 잇달아 복지 확대정책을 내놨다.

부자감세 '원위치'= 조세정책과 부동산정책 방향도 크게 바뀌었다. 대기업 법인세율 인하 등 감세정책을 내세웠던 이명박정부, '증세없는 복지'를 표방했던 박근혜정부와 달리 문재인정부는 첫해부터 증세를 추진하고 나섰다. 정부가 이달초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기존 최고세율보다 3%p 높은 25%를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소득세 역시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던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3억~5억원에 적용되는 세율은 38%에서 40%로 각각 2%p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부동산 대책은 6.19 대책에 이어 8.2 대책까지 벌써 두 차례나 나왔다. 특히 8.2 부동산 대책에는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재개발·재건축 분양권 거래를 제한하는 한편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양도세를 대폭 늘리는 등 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방안이 담겼다. 박근혜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실패한 '낙수효과'에 근거한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가운데엔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 등 기존 대기업 중심 정책들이 혼재돼 있어 얼마나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증세안을 내놓았지만 당초 공약보다 후퇴한 것으로 규모가 작다"면서 "늘어나는 복지에 필요한 재원규모를 고려하면 재정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의 변화가 큰 만큼 좀 더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리거나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화하면 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분석이나 대비 없이 조급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며 "시기를 조금 늦추더라도 확실한 대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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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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