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 100일 ③

당청, '협치'를 말하지 않았다

2017-08-18 11:05:20 게재

기자회견서 언급 안해 … 여야정협의체도 공전

여당지도부에 힘 실어줘 협치 실마리 보여주기도

문재인 대통령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100일 기자회견이나 평가발언에서 '협치'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면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탕평'에 방점을 찍었다. 입법부와의 정책이나 인사 협조에 대해서는 평가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였다.

17일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선후보시절 협치에 방점을 둔 '통합정부추진위 구성'과 연관해 초기 내각 구성이 코드인사, 보은인사로 이뤄졌다는 비판에 대해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함께 하는 분들로 정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일축했다.

'협치'는 어디 갔을까 =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도 '협치'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새정부 5년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마련하는 일도 차질없이 준비해왔다"면서도 야당과의 벌어진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추미애 민주당 당대표는 16일 고위당정청회의에서 "문 대통령 100일이 첫 번째 '국민과 통하고', 두 번째 '역사와 통하며', 세 번째 '미래와 통하는' 3통의 100일"이라고 극찬하면서도 국회와의 소통은 평가하지 않았다. 우원식 여당 원내대표는 17일 "문 정부는 국민주권주의의 기치아래 국민통합, 적폐청산, 민생회복 등 3대 과제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해왔다"면서 "문제는 점점 도를 지나치고 있는 야당의 몽니와 무책임한 발목잡기"라고 비판했다.

여야정협의체, 석달간 공전 = 문 대통령이 국회와의 관계개선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한후 각 당을 방문해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취임 9일째인 19일에는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후에도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안했으며 여야 당대표와의 회동도 가졌다.

그러나 여야정협의체는 지금껏 공전 중이다. 여당은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며 4당만의 여야정협의체 가동에 제동을 걸었다. 야당은 "지지율이 높은 청와대와 여당이 여야정협의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조대협 전 노동부 장관후보자,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후보자의 임명반대를 주장하는 야당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과정은 협치의 단초를 보여주기도 했다. 우원식 여당 원내대표의 요구에 따라 임명시기를 늦추는 등 힘을 실어줬고 비서실장 정무수석을 국회로 보내 야당을 설득했다. 여야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조 후보자의 낙마를 결정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가 지휘하는 자유한국당, 캐스팅보터 역할을 자임하는 국민의당을 '힘이 실리지 않은 여당'이 끌고 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여당 내부는 문 대통령이 쏟아내는 정책과 일부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원전, 증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드 임시배치 등 각 분야별로 쏟아낸 것과 관련, 여당 한 중진의원은 "당 내부에서도 토론이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전혀 논의되지 않은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여당이라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한 초선의원은 "지금은 지지율이 높아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지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야당에 뭔가를 주면서 협치를 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민주당과 정부 사이에 단독이 들어가는 민주당단독정부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기국회가 걱정 = 야당들이 문 대통령의 '협치 없는 독주'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9월부터 시작하는 정기국회는 문 대통령의 '협치 점수'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첫 정기국회라는 점에서 야 3당은 단단히 벼르고 있다. 운영위 법사위 국방위 정보위 기재부 정무위 등 주요 상임위의 위원장자리는 야당이 꿰차고 있다. 증인신청부터 회의 진행까지 여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의 주요 관심법안과 2018년 예산안이 상정되면 '협치'가 더 절실해질 전망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의 정상화는 국회를 통한 타협과 입법"이라며 "100일간 국민을 향한 정치에 주력했는데 국민을 위한 타협의 정치에 국회역할을 고민할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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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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