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대 해외수주 시장으로

2017-08-22 10:33:43 게재

52억달러로 올해 전체 수주의 29% … 건설시장 전망도 '밝음'

이달 초 SK건설은 이란서 16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정유공장 현대화사업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친환경 고부가 석유제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낡은 설비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앞서 SK건설은 지난 3월, 총 사업비 34억유로(약 4조1000억원), 공사비 25억유로(약 3조원)가 투입되는, 이란 역대 최대 규모의 민자발전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5개 지역에 5기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SK건설은 완공 후 30% 지분을 갖고 발전소도 운영한다.

같은 달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도 이란에서 30억9800만유로(약 3조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이란이 우리나라 해외건설 최대시장으로 떠올랐다. 2015년 7월 미국과 핵협상이 타결되면서 경제제재가 풀린 지 불과 2년 만의 일이다. 저유가 장기화로 다른 중동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란이 '가뭄 속 단비'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란시장은 갈수록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의 재제재 움직임 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가 아니어서 유동적인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1일 현재 이란에서의 공사 수주가 52억2559만달러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건설 총 수주액(180억1830만달러)의 29%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중동시장 수주액(90억5768만달러)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다. 2위 인도(23억7968만달러)와는 두배 이상 차이난다.

사실 2010년 한국이 서방의 이란 경제 제재에 참여하기 전까지 이란은 해외건설의 주요 시장이었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6위, 중동수주 5위 국가였다. 그러나 경제제재 동참 이후 전체 17위, 중동 8위로 위상이 급격히 하락했다.

2015년 7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면서 이란 재진출에 물꼬가 트였다. 정부도 시장개척단 파견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 결과 지난해 탐색·협의 단계를 지나 올해부터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란 경제상황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축됐던 석유 생산·수출량이 확대되고 있다. 2014년에 하루 310만배럴이었던 석유 생산량이 2016·17 회계연도엔 400만배럴까지 증가했다. 2014년 100만배럴까지 떨어졌던 수출량도 2017년(2월 기준) 245만 배럴로 두배 이상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이란 경제도 6.6%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2017·18 회계연도에도 주변국보다 높은 4.1% 성장이 기대된다.

그러나 이란 건설산업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미국의 경제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여서 달러화 자금조달과 결제가 어려운 것이 주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란 핵협상 타결에 부정적인 트럼프정부가 출범하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된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건설산업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건설산업이 2020년까지 연평균 6.3%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하니 대통령 재선으로 대외 개방정책의 기조가 계속 유지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장은 "호재와 악재 속에서도 이란 건설시장은 긍정적인 면이 더 큰 편"이라며 "다만 이란 정부의 재정적 어려움과 건설사의 파이낸싱(자금조달)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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