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은 예고된 참사"

2017-08-22 10:43:11 게재

동물보호단체들 21일 기자회견에서 주장

비좁은 철망에 5~6마리 가둔 공장식 사육

동물 복지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협

해외에선 이미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어

살충제 계란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이 나왔다. 현재 퍼져있는 공장식 축산 방식에 대한 개선 없이는 이번 사태와 같은 폐단이 계속 나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충제 계란 사태의 해법으로 동물복지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2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동물복지정책을 전면 재고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마리당 A4 용지 한 장 크기도 안 되는 배터리케이지에 닭들을 가두어 키우는 공장식 밀집사육에 원인이 있음이 밝혀졌다"며 "동물단체들이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예고된 참사'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닭을 풀어 키우는 동물복지농장에선 해당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근거로 제시됐다.

또 "공장식 사육의 폐단은 비단 살충제 계란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에 걸쳐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인해 4000만 마리에 가까운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됐다"며 "감금식 사육은 동물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장식 축산과 후진적 동물복지정책은 반생명적, 반생태적인 구시대의 적폐"라며 "동물의 생태와 생명의 존엄을 고려한 전향적이고 종합적인 동물복지정책의 수립과 이를 위한 수행체계 정립이 근본적 해법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대표적인 산란계 사육형태로 꼽히는 배터리케이지 방식은 큰 창고 안에 일정한 크기의 철장을 일렬로 놓고 그 안에 닭들을 빽빽하게 채운다.

보통 가로, 세로 50㎝의 공간에 암탉 5~6마리가 사육된다고 보면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A4 용지 ⅔ 크기가 된다.

1930년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산란계 배터리케이지는 한정된 공간에 많은 수의 닭을 사육하고, 닭의 움직임을 제한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이런 방식은 전세계로 퍼졌고 1990년대에는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산란계의 75%가 배터리케이지 안에서 사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터리케이지가 닭의 복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연구와 비판 또한 이어졌다.

살충제 및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식품 안전의 위협, 조류독감과 같은 인수공통 전염병의 발생, 공장식 농장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분변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은 닭을 넘어 인간 사회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의 경우 2003년부터 새로 신설하는 농장에 배터리케이지 시설 설치를 제한했고, 2012년 1월부터 배터리케이지 시스템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미국 여러 주들이 배터리케이지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하고 있다는 게 동물자유연대의 설명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정부가 이번 사태의 대책으로 친환경 동물복지농장 확대와 산란계 사육환경표시제 등을 내놓았는데 늦었지만 이런 근본적인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라"고 말했다.

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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