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뇌물죄 여부에 관심 고조

2017-08-25 11:03:11 게재

뇌물죄 인정되면 다른 죄도 유죄 가능성

뇌물 대신 횡령과 위증죄만 인정될 수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는 25일 오후 2시 30분 417호 대법정에서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178일간 59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재판 직전까지 예측 불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 5가지 혐의를 적용, 12년을 구형했다. 이중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뇌물공여 혐의다.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에서 유죄를 받게 되면, 뇌물수혜자인 박 전 대통령도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뇌물죄와 연계돼 촉각 = 반대로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무죄를 받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특검이 뇌물혐의 입증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것이다. 또한 뇌물혐의는 재산국외도피, 횡령, 범죄수익 은닉 등 다른 혐의와 연계돼 있다. 이들 혐의 전제가 뇌물공여이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의존한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만든 K스포츠·미르재단 등에 출연금을 내고, 독일에 송금해 정유라를 지원하는 등 '대가'를 지불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변호인측은 특검의 주장이 기본 전제부터 틀렸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첫번째는 경영권 승계 부분이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일한 아들로 이미 대내외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것이다. 이미 마무리 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로비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최순실에게 지원을 결정한 것은 이 부회장이 아닌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라는 것이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도 최 전 실장은 "자신이 지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는 최씨에게 넘겨진 금품이 박 전 대통령에게 가지 않은 상태에서 뇌물죄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공동체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정한 청탁'과 '경제공동체 판단'에 촉각 = 삼성측은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는 점을 재판에서 수차례 강조했다.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반해 특검은 "강요에 의한 금품 제공도 뇌물"이라며 맞서고 있다. 뇌물공여는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법정형이 5년 이하에 불과하다.

뇌물혐의가 인정될 경우 재산국외도피와 횡령, 범죄수익 은닉 혐의까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재산국외도피다.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가중 처벌해 10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형량을 깎아주더라도 5년이다. 횡령 역시 50억원 이상일 경우 5년 이상 무기징역이다. 범죄수익 은닉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위증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이다.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증 혐의만 적용돼 집행유예로 석방되기도 했다. 뇌물혐의를 벗게 되도 횡령이나 위증혐의만 적용돼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하지만 뇌물혐의가 적용되면 다른 혐의도 자동 적용되면서 양형이 높아지게 된다.

최지성 전 실장 주장 받아들일까 = 특검은 이 부회장을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고 최지성 전 삼성 미전실장 등 전직 임원 4명에게는 7~1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최지성 전 실장은 결심 공판에서 최씨 등에 대한 지원은 자신의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전 실장은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독선, 법에 대한 무지로 인해 잘못 판단한 일"이라며 "최순실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님을 대신해 그룹 업무를 총괄했던 미전실장으로서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재용을 위해 한 것으로 생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미전실 책임자는 자신이며,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 대신 처벌받겠다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자백인 셈이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주범은 이 부회장이 아닌 최 전 실장이 된다. 다만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면서 모든 결정은 최 전 부회장이 했다는 삼성측 논리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한다.

특검은 이재용 최지성 장충기 3명의 피고인이 뇌물을 기획·지시하고 박상진 황성수 피고인은 이를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 유죄 판단시 양형에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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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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