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중국 무역조치는 '누워 침뱉기'

2017-08-29 10:27:12 게재

예일대 스티븐 로치 교수, 미-중 '상호의존성 덫' 지적

전 세계와 알력을 빚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중국과의 무역 전쟁 가능성을 예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4일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적재산권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개시하라고 지시했다.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에 의거해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광범위한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에 맞서 "중국은 합법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 아시아 전 회장이자 현재 예일대 교수인 스티븐 로치는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 28일자에서 "간단히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전개"라며 "양국의 상호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 무역조치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보다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치 교수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비난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중국의 보복이 가져올 심대한 결과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세 가지 예상 결과가 짚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입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미국 소비자에게 증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중국 제품의 단위당 인건비는 미국 주요 교역국의 1/5 수준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피해 수입을 다각화한다면 수입품의 단가는 치솟게 된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그 파장으로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미국의 중산층 노동자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이들 계층의 실질임금은 지난 30년 간 정체상태다.

둘째 대중국 무역조치는 미국의 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다. 현재 미 국채의 30% 정도를 외국이 보유하고 있다. 올 6월 공식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조1500억달러로, 해외보유량 가운데 19%다. 미국이 중국에 새로운 관세를 물리면 중국은 미 국채 매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달러기반 자산을 회피하는 자산다각화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현재 미 행정부의 재정적자는 심각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감세와 소비진작 정책을 시행하고 나면 적자 비율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국채 매입을 줄이면 이는 미국 내 돈을 빌리는 비용에 대한 상승압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 내 수요 성장세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따라서 미국 기업들은 해외 수요에 보다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성장 방정식의 이같은 요소를 망각하고 있다는 게 로치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의 대 중국 조치는 미국의 3대 수출국인 중국뿐 아니라 1, 2대 수출국이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트너인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위협하는 행위"라며 "미국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수출을 위협할 때 그 나라들이 미국의 자국시장 접근을 그대로 둘 리 만무하다. 미국의 1~3대 수출시장이 줄어들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위대한 미국 재건'의 핵심인 제조업 부활은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중국의 경제적 레버리지는 결국 미국의 낮은 저축률 때문이다. 올 1분기 미국의 순저축률(기업 가계 정부의 저축에 화폐가치 감소액 반영)은 국민소득의 1.9%에 불과했다. 1970~2000년 30년간 평균인 6.3%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저축은 부족한데 소비와 경제성장은 높이고자 하면서 미국은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해외의 잉여저축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다. 중국 등에서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상수지나 무역수지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이유다.

로치 교수는 "저축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미국이 중국이나 나프타 파트너(캐나다 멕시코), 독일 등을 콕 집어 '무역불균형 주범'이라고 비난하는 건 완전한 정치적 핑계에 불과하다"며 "펑펑 쓰고 주어진 것 이상의 생활수준을 누리고자 하는 나라에게 무역적자는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2016년 말 기준 미국이 무역적자를 본 나라는 모두 101개국이다. 그같은 불평등의 기원은 바로 미국의 부족한 저축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 자신에게 있다는 게 로치 교수의 핵심 지적.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더 많은 예산적자를 수반하는 것으로, 이는 국가저축을 더 내리누르는 추가 압력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동시에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해외 자본을 더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결국 '상호의존성 함정'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서 상대를 압도할 으뜸패를 쥐고 있지 않다"며 "그같은 상황을 고려치 않고 중국과의 경제적 긴장을 높이는 것은 세기적인 대실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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