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처벌만 주목하다 청소년폭력 피해자 보호 실종”

2017-09-12 11:16:36 게재

성폭력·가정폭력 등과 달리 피해자 지원 법적근거 없어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이후 청소년들의 범죄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과 엄벌주의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둔 대책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에 대해선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지원을 다루는 법이 각각 마련돼 있는 반면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가해자 처벌을 다룬 소년법만 있어 피해자 보호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법무법인 새올)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소년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아동폭력이나 성폭력, 가정폭력과 달리 청소년 폭력의 경우 피해자 보호 지원을 목적으로 한 별도의 법률이 없다"며 "소년법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소년법 상에 피해자 지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든지 다른 특정한 폭력범죄처럼 피해자에 대한 지원내용을 담은 법을 만들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의 경우 가해자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성폭력 범죄도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법률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이원화돼 있다.

반면 청소년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에게 소년법을 적용해 보호처분 등 조치나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취하지만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배인구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도 “피해자에 대한 치유를 가정법원에서 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어서 할 수가 없었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사건 초기부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 특히 청소년들은 물리적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불시에 메시지를 보내거나 피해자를 단체 카톡방에 반복적으로 부르는 행동 등을 못하게 하는 등도 접근불가 조치에 포함하도록 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치유와 학교복귀 등을 돕는 해맑음센터의 차용복 부장은 “피해자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100% 공감한다”면서 “학교 폭력 피해 학생에 대한 치유를 돕는 기관을 둘 수 있다고는 돼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차 부장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장기적으로 치유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해맑음 센터 한 곳뿐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피해자 관련법을 만들어서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조아미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의 가장 큰 특징은 부모도 중요하지만 친구가 그 시기의 행복을 결정한다는 점”이라면서 “이런 특징을 고려하면 친구에게 맞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아주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셈이다. 이런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치유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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