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경전 속 여성성의 참된 의미

2017-09-15 10:43:13 게재
다시, 페미니즘 / 이충현 지음 / 물병자리 / 1만3500원

고대의 지혜를 통해 현대의 페미니즘을 살펴보는 '다시, 페미니즘'이 출간됐다. 이 책은 가부장제의 시작이자 핵심은 고대 영적 세계관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고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철학자와 기득권자들은 세상을 영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했고 여성성은 부정적이고 악하며 미성숙한 것으로 여겼다.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이런 가부장제의 토대가 돼 준 고대 영적 세계관을 거부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이와는 다른 시도를 한다. 가부장제의 틀을 닦은 철학자들의 해석 방식을 수용하되 문제점과 한계점을 짚어가며 균형 잡힌 재해석을 하고자 하는 것.

물론 이에 대해 "문제가 심각한 고대인의 해석 방식을 수용하지 않고 지금의 현실에 맞는 방식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도 되지 않는가"라고 지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현상에만 집중하면 당장은 편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하고 그 문제의 발단을 제공하는 지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책은 수메르 이집트 그리스 등 고대 시대의 철학과 신화, 경전을 통해 여성성의 참된 가치와 의미를 살핀다. 책의 초반은 페미니즘에 대한 글이라고 하기에는 거부감이 들 정도로 가부장제를 형성한 고대의 영적 세계관을 적나라하게 고찰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러 세계를 남성 중심으로 해석한 고대 철학자를 비판하고 세계관을 재해석해 여성성의 가치와 의미를 풍부하게 해석한다. 더 나아가 남성과 여성을 떠나 인간 그 자체의 조화롭고 자유로운 길을 페미니즘과 함께 모색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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