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차용복 해맑음센터(학교폭력피해자 치유기관) 부장

“학교폭력 이슈화돼도 피해자 지원은 제자리”

2017-09-18 10:39:55 게재

“상담시설 가보면 피해.가해자 혼재 … 누가 가겠나”

“피해자 치유지원하는 장기기숙시설은 전국에 하나”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장기적으로 기숙생활을 하며 치유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에 해맑음센터 하나뿐입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차용복(사진) 해맑음센터 부장의 말이다. 대전 대동의 한적한 농촌마을에 위치한 해맑음센터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위탁 운영하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 및 학부모를 위한 치유 기관이다. 센터는 청소년기에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단순히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한 치유가 힘들다고 보고 최소 2~3주, 최대 1년까지 장기 기숙생활을 하며 학생들에게 맞춤형 치유를 제공한다. 차 부장은 해맑은센터의 운영 및 치유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장기 치유 프로그램을 갖춘 곳이 해맑음센터 한 곳뿐이라는 점이다.

차 부장은 “피해 학생들이 가족들과도 지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가정으로 돌려 보내는데 먼 곳에서 온 아이들은 여간 고생스러운 일이 아니다”면서 “제주 지역에서도 해맑음센터를 이용하고 싶은 아이들이 문의를 해오는데 주말마다 제주로 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위한 장기 기숙형 지원시설이 전국에 한 곳뿐이라는 점은 유독 다른 폭력 피해자에 비해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성폭력 아동폭력 가정폭력 등은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법체계가 각각 마련돼 있는데 반해, 학교폭력에 대해서만큼은 가해자에 대한 법은 소년법이 있지만 피해자 지원 관련한 법률은 딱히 없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해 왔다.

“학교폭력 문제가 항상 이슈가 됐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는 게 반복이 됐지만 유독 피해자 지원 문제는 제자리였어요. 2004년에 학교폭력 예방법이 만들어졌지만 피해자 지원 내용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거든요. 2012년에야 교육감이 학교폭력 등에 관한 조사, 상담, 치유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한 전문기관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만들어졌는데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이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학교 내 상담교사나 전국에 있는 위(wee)센터에서 상담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차 부장은 지적했다.

“교육청에서는 피해자들에게 위센터를 이용하라고는 하는데 학교폭력 가해자들도 위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피해자 입장에선 위센터에 가면 이른바 ‘무서운 언니 오빠들’을 만나게 되는 셈이에요. 그러니 갈 수가 없는 거죠. 학교 내 상담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상담한 내용이 학교 내에 알려질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워요.”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촉법소년 등에 대한 정보가 학교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제2, 제3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현실도 지적했다.

“실제로 겪은 일인데 촉법소년이 학생들에게 상해를 입혀서 다른 학교로 보호관찰처분을 받고 전학을 왔는데 그런 사실이 공유되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이 아이가 가는 학교마다 다른 학생에게 상해를 입혀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담임이라도 정보가 있었다면 해당 학생을 좀 더 자세히 관찰 한다거나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괜한 피해자들이 생긴 셈입니다.”

차 부장은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및 청소년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다시 아무런 성과 없이 관심이 꺾일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예전에 교육부의 학교폭력대책을 전담하는 과 이름이 학교폭력근절과였다가 나중엔 대책과로, 그 다음엔 학교생활문화과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이름만 가지고 판단하긴 뭐하지만 학교폭력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조금씩 약화된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학교폭력은 안전에 대한 문제이니만큼 뿌리뽑을 때까지 선제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자세로 꾸준히 지속적으로 정부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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