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학교' 세계 195개 도시가 배운다

2017-09-20 10:46:30 게재

수원시 평생학습모델, 유네스코 학습도시상 국제회의서 사례발표

"결혼하고 경력이 단절되어서 제 오랜 꿈이었던 '선생님'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학교'에서 강좌를 개설하고 선생님이 됐습니다. 하루하루가 기다려지고 설렙니다."<누구나학교 시민강사 박선옥(48)>

"제 나이 80세입니다. 평생 컴퓨터 사용할 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뭐라도학교'에서 1년 동안 배운 덕분에 이젠 손자와 메일도 주고받습니다. 뭔가를 배운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뭐라도학교 수강생 이남열(66)>

18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코크시청에서 열린 제3차 학습도시 국제회의에서 염태영 수원시장(가운데)이 유네스코 학습도시상을 수상했다. 아래 사진은 이날 회의에서 염 시장이 '시민과의 파트너십' 등 수원시의 평생학습교육 사례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이다. 사진 수원시 제공


경기도 수원시의 시민주도 평생학습모델인 '누구나학교' '뭐라도학교'가 세계 195개 도시에 소개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18일 오전(현지시각) 아일랜드 코크시청에서 열린 제3차 학습도시 국제회의에서 '2017 유네스코 학습도시상'을 받고 수원시 평생학습사례를 발표했다.

'유네스코 평생학습연구소'(UIL)가 주관하는 학습도시상은 '유네스코 글로벌학습도시 네트워크'에 가입된 196개 도시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도시에 수여된다. 제1차 회의에서 경기 남양주시가 인정서를 받았지만 공식 심사를 통해 수상도시를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8월 학습도시상을 공모, 수원시를 비롯한 전국 8개 지자체의 응모를 받았다. 올해 수상도시는 수원시와 항저우(중국) 오카야마(일본) 브리스톨(영국) 등 16곳이다. 특히 이날 16개 수상도시 가운데 수원시와 아일랜드 코크, 아르헨티나 빌라마리아 3개 도시만 사례를 발표했다. 염 시장은 '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통합적 거버넌스 및 시민과의 파트너십'을 주제로 수원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누구나학교'다. 누구나학교는 스스로, 그리고 더불어 배우는 시민주도 평생학습 플랫폼이다. 지식·재능·경험·삶의 지혜를 나누고 싶은 누구나 학교를 열고 배움의 기회를 갖고 싶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김용덕 수원시 교육청소년과장은 "서로의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는 순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배우게 된다"며 "누구나학교는 필요한 모든 주제가 강의가 되고 강의료와 수강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2011년 시작한 누구나학교는 2013년 교육부장관상을 받았고, 2015년 특허청에 업무표장등록도 마쳤다. 수원의 복지관 주민센터 등 곳곳에서 현재까지 881개 강좌가 개설됐다. 수원뿐 아니라 경기 군포, 전북 익산·고창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누구나학교가 열리고 있다.

시니어학습 플랫폼 '뭐라도학교' 역시 시민주도형 평생학습프로그램이다. 시니어들이 함께 모여 배움, 커뮤니티, 사회참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어릴 때 불우한 환경 등으로 글을 배우지 못했거나 학업의 뜻을 이루지 못한 시민을 위한 성인교육도 활발하다. 특히 수원에서 25년째 '야학'을 이어온 박영도 수원제일평생학교장은 세계평생학습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러한 성과에 기반해 수원시는 10월 25~27일 '제6차 세계성인교육회의 중간회의(Mid-Term Review)'도 개최한다. UIL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최운실 아주대 교수는 "유네스코 학습도시 네트워크가 정식 심사를 통해 상을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수원이 그런 자리에 초대받아 누구나학교 사례를 발표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염태영 시장은 "민선 5기부터 인문학도시를 지향하며 7개였던 도서관을 17개로 늘리는 등 현재 평생학습시설 613곳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시는 평생학습 기반을 마련하고 시민 제안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 거버넌스가 수원시 평생학습의 근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은 '사람', 그리고 '함께하는 학습사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네스코 학습도시 국제회의는 = 유네스코 학습도시 네트워크 가입 도시들이 '학습도시'에 대한 세계적 흐름을 논의하고, 각 도시의 평생교육 실행계획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중국 베이징(2013년)과 멕시코 멕시코시티(2015년)에서 1·2차 회의가 열렸다. 수원시는 지난해 5월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해 전 세계 학습도시와 사례를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아일랜드 코크=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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