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공교육 교사가 전하는 ‘통합과학’

2017-10-19 09:52:50 게재

통합과학,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관건

중학교 과정과 연계, 학생 중심의 수업 & 과정 중심 평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현 중3 학생들. 최근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확정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수업은
개정된 교육과정으로 진행하고, 수능은 기존과 동일한 체제로 치르게 된다.
새로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부분은 통합과학과 통합사회이다. 특히 통합과학은 새로운 교과서가 나오기 전부터 지레짐작과 보도 자료만으로 가장 많은 말을 낳았던 과목이다.
지난달 20일 드디어 교육부가 통합과학 교과서를 공개했다. 혼란과 걱정 속에 고민하는 예비고1 학생들을 위해 공교육 현장 과학교사들을 만나 통합과학에 대한 ‘과장되지 않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도움말
동북고등학교 강현식 물리교사
보인고등학교 김태형 화학교사

통합사회·통합과학, 공통과목에 포함
새로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큰 변화는 문·이과 통합이다. 문과와 이과 진로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인문, 사회,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소양을 함양하고, 학생들이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서 진로 선택 시 기본적인 소양 및 기반을 갖추기 위해 공통과목을 도입했고, 그 공통과목에 바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포함된다.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학생들이 들어야 하는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및 과학탐구실험이다.
공통과목과 함께 학생들은 선택과목으로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을 결정할 수 있는데, 과학에서 일반선택 과목은 물리학1, 화학1, 생명과학1, 지구과학1이고, 진로선택 과목은 물리학2, 화학2, 생명과학2, 지구과학2, 융합과학, 과학사 등이다.  



중학교 과학과의 연계성 강화
현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도 수능 선택과목은 아니지만 융합과학이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공개된 통합과학은 이제까지의 융합과학과는 또 다른 학습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융합과학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큰 역사적인 흐름 안에 과목의 구분 없이 융합해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에 대한 과학적 적용이나 응용, 활용 등이 중심이었다면 달라진 통합과학은 네 개의 중심 주제와 관련한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부분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연계된 형태로 구성되었다. 융합과학과 비교할 때 과목 별 구분이 보다 명확하고 내용도 교과 친화적이란 특징이 있다.
동북고등학교 강현식 교사는 “융합과학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했던 지구과학과 생명과학 일부 내용이 줄어들고 화학 영역 내용이 강화되어 각 과학 영역 별로 분량이 고루 안배되는 적정화가 이뤄졌다.”며 “중학교 과학과의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물화생지 1·2 과목에까지 내용이 이어져 학생들 입장에서는 중학교 과정과 1·2 과목 사이 계단이 하나 더 생긴 격”이라고 통합과학의 내용적인 부분을 설명했다.
교과서의 목차만 봐도 융합과학과 통합과학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우주의 기원, 태양계, 지구, 생명의 진화, 정보통신과 신소재, 인류의 건강과 과학기술, 에너지와 환경 등으로 진행되는 융합과학에 비해 통합과학은 시스템과 상호작용이라는 주제 안에 역학적 시스템(물리), 지구 시스템(지구과학), 생명 시스템(생명) 등으로 과목이 구분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의 평가
하지만 통합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방법의 변화에 있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 취지의 하나인 ‘학생 참여 중심 교수·학습 방법 개선’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학생들이 학습의 중심에 서서 스스로 지적호기심과 사고력, 발표력 등을 키워나가는 것을 강조한다.
보인고등학교 김태형 교사는 “2009 개정교육과정 융합과학의 틀을 확장하면서도 학생들이 직접 참여, 운영하는 수업이 통합과학의 핵심”이라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스스로 조사하고 내용을 정리하며 그 과정을 친구들과 공유·토론하고 마지막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과정까지 모두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결국 학생들 스스로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
김 교사는 “이미 자유학기제와 토론·발표가 중요시되는 개정교과과정을 거친 예비 고1학생들이지만 개인의 발표역량, 협업역량, 자기주도학습역량 등이 강조되는 만큼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수업참여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아울러 학교와 교사들이 얼마만큼 교과서 취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도 수업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
한편,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결국 ‘평가’다. ‘과정중심의 평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근본 취지인 만큼 자연스럽게 평가 또한 수행평가 비중이 늘고 과정 중심 평가로 변하게 된다. 무엇을 배우고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의 평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했는지, 또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이 기록되고 평가의 주축이 되는 것.
또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역시 무시할 수 없어 학생들의 부담과 교사의 고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합과학의 취지와 방향 정확하게 알아야
통합과학을 배우지만 수능에는 포함되지 않는 현 중3 학생들과 달리 현 중2 학생들은 통합과학이 수능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수업은 토론과 활동중심으로, 하지만 수능은 암기 위주의 지필고사를 치러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학생 중심의 학습방법을 지향하면서 이론 중심의 평가가 수능에서 이뤄지면 수업과 평가에서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합과학 교과서가 공개되기도 전 시중에 떠도는 예측문제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혼란에 대해 강 교사는 “교육과정 초기에 흔히 생기는 일”이라 일축하며 “교과서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혹은 교과과정 초기에 나온 문제집들 대부분은 교육과정 범위에서 벗어나는지의 여부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고, 이전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문제를 그대로 차용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난이도와 내용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예시되는 문제들로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를 판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적으로 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내신에 집중하겠지만, 수능에 집중하는 학생들을 비롯한 현 중3 학생들 상당수는 통합과학이 수능 과목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교사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라며 “아울러 통합과학의 바람직한 수업 진행을 위해 학부모들이 통합과학의 취지와 방향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2015 개정교육과정 발표와 함께 너무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통합과학. 학교 선생님들은 통합과학을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는 분위기 속, 거기에 맞게 맞춰가는 교육과정이라 평가했다.
“과장되고 검증되지 않은 억측들이 우리 학생들을 더 불안에 떨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09년 개정교육과정을 겪으며 학교와 선생님들도 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개정 교과서 취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할 것이며, 그 과정과 평가에도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교과서 의도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예측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힘을 키워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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