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AWS(아마존웹서비스) 내세워 금융업도 접수하나

2017-11-06 10:56:40 게재
문어발식 확장의 대표적 기업인 아마존이 소리소문없이 금융서비스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공룡인 아마존이 금융산업의 작동 방식을 완전 뒤바꿔 놓고 있다는 것.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인터넷 상의 서버를 통해 데이터 저장과 네트워크, 콘텐츠 사용 등 IT 관련 서비스를 한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컴퓨팅 환경을 말한다.

온라인매체 '쿼츠'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세계 최대 사업자다. 금융스타트업들의 업계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다.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 전 CEO인 앤터니 젠킨스는 "과거 금융업에 진입하려는 기술기업들은 서버를 구입하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들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 금융시스템을 신속히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젠킨스는 전통 금융업을 떠나 핀테크 기업가로 변신한 인물이다.

대표적 사례가 스탈링뱅크다. 아마존의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 은행이다. 이곳 CEO인 앤 보덴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기술고문을 지냈다. 보덴은 "3000만달러를 들여야 했던 핀테크 시스템을 클라우드 서비스 덕분에 단돈 3만달러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용뿐 아니다. 직원도 140명 선에서 해결했다. 전통 은행이라면 최소 10배는 더 많아야 한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시스템에 신속한 컴퓨팅 능력을 더할 수 있다는 점이다. AWS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도구를 제공한다. 또 일부 데이터저장 프로세스는 완전 자동화로 이뤄진다. 이는 직원들을 추가적으로 더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AWS는 아마존에겐 중요한 현금박스다.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AWS의 시장점유율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5개 경쟁업체의 점유율을 합한 것보다 더 높다. AWS는 고객들에게 초 단위로 과금한다. 올 3분기 매출액은 46억달러로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클라우드 정보제공업체인 '시너지리서치그룹'의 최고 분석·조사 경영자인 존 딘스데일은 "매출을 40% 이상 신장시키는 AWS의 저력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열린 AWS 개발자회의에서 영국의 캐주얼의류 브랜드인 '리버아일랜드'의 최고정보경영자는 "전통적 패션소매기업들이 웹사이트를 아마존 클라우드로 옮기고 있다"며 "패션 스타트업과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동안 매출을 늘릴 수 있고, 더 저렴하고 손쉽게 디지털 소매업 부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매산업을 뿌리째 교란시키는 아마존의 기존 활약을 고려하면, 아마존의 클라우드 기술뿐 아니라 온라인 소매업 플랫폼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업도 예외는 아니다. 쿼츠는 "아마존은 이미 중소기업 규모의 기업들에게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보다 다양하고 규모가 큰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현재 AWS가 장악한 클라우드 서비스는 많은 금융 스타트업들에게 든든한 기술적 배경이 되고 있다.

쿼츠는 "이를 역으로 분석하면, 금융 스타트업들은 결국 아마존과 일대 일 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며 "아마존에 의존하면 할수록 아마존의 금융권 접수는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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