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연기
2017-11-27 11:02:59 게재
'건강상 이유' 불출석
조현권 변호사 등 국선 5명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속행 공판에서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의 사선변호인단이 사임한 지 42일 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출석 사유서만 제출한 채 출석하지 않았다"면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피고인이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 출석없이 공판할 수 있다"면서도 "불출석시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이 있음을 설명하고 심사숙소를 할 시간을 주겠다"며 재판 연기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전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내일 재판에 다시 나오기로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보냈고, 구치소 역시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들어 인치(강제구인)가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로서는 앞으로 궐석 재판(피고인 불출석 재판)이나 피고인 인치(강제구인) 후 재판을 속행할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법원은 지난달 박 전 대통령의 사선변호인단이 사임하고, 재판을 거부하자 5명의 국선 전담 변호인들을 변호인단으로 선임했다.
국선변호인인 조현권 변호사는 "11월 3일과 13일, 20일 세차례 접견 요청을 했다"며 "3일자에 대해서는 접견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정중히 보내왔지만 13일자와 20일자 서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새 변호인단은 조현권(사시 25회, 연수원 15기) 남현우(사시 44회, 연수원 34기) 강철구(사시 47회, 연수원 37기) 김혜영(사시 47회, 연수원 37기) 박승길(사시 49회, 연수원 40기) 등 모두 5명으로 모두 법원의 국선사건만 전담하는 변호사들이다.
반란수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노태우 등 16명의 1996년 1심 재판 때는 국선변호사가 2명만 투입됐던 것과 비교하면 국선변호인단의 양과 질에서 큰 차이가 난다.
법원은 애초 국선변호인단을 선정한 후 비공개에 부쳤다. 12만쪽이 넘는 재판 기록을 신속히 검토해야 변론에 응할 수 있고, 언론의 과잉취재에서 변호인단을 분리하기 위해서다. 특히 정치적 사건이라는 점 때문에 과도한 신상털기나 정치적 공격에서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국선변호인단을 이끄는 조 변호사는 국선변호인들 사이에서는 맏형 격이다. 전남 구례 출신으로 검정고시로 경희대 법대에 진학해 사법시험 25회에 합격했다. 환경부 법무담당관을 지내다가 인권위원회 초기 법무관을 지냈다. 대법원이 2004년 국선변호사 시범도입을 실시할 때부터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했고, 2006년 국선변호인 전담제도가 생기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활동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사무실에서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법원이 배당한 형사사건만 맡는다.
당시 조 변호사는 법관 출신 심훈종 변호사, 군법무관 출신 박종철·이석준 변호사 등과 함께 사무장 없는 국선전담변호사 법률사무소 '프로보노'를 설립했다. 프로보노는 라틴어로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통칭하기도 한다. 2006년 설립된 프로보노는 선불금을 못 갚아 사기죄로 기소된 윤락 여성, 체불 임금을 받으려다 폭행사건에 휘말린 외국인 노동자들의 변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머지 국선변호사 모두 사법시험 출신으로 서울과 경기도 충청권 출신들이다. 60대의 조 변호사 외 나머지 국선변호사들은 모두 사법시험 출신으로 40대라는 점이 특징이다. 남성과 여성이 2명씩이다. 박 전 대통령이 여성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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