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선정적 해외 광고 '말썽'

2017-12-01 10:38:25 게재

연말 뉴욕시 곳곳에 게재 예정

"성적 측면만 부각, 당장 바꿔야"

서울시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하는 광고(사진)가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야릇한 느낌의 한복을 입은 여성이 옷 고름을 붙잡고 있는 이미지는 물론 함께 사용된 광고 문구도 적절치 않아 당장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안을 접한 시민 중 여성들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해외 관광객에게 서울을 홍보하는 광고에 속이 비치는 듯한 한복 입은 여성이 도대체 왜 등장해야 하나"라며 "성 상품화의 전형적 사례"라고 비난했다. 박 모(38)씨는 "1970~1980년대 기생 관광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며 "여자 팔아 돈 벌려는 시대착오적인 이미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성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회사원 조 모(48)씨는 "선정적인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안 그래도 광범위하게 유포된 불법 동영상들 때문에 해외에 동양 여성의 이미지가 왜곡되게 전달되고 있는데 이를 부추기는 광고안"이라고 지적했다.

광고 문구도 논란이다. 한복 입은 여성 이미지 아래에는 '서울에서 잊을 수 없는 체험을(Unforgettable Experience in Seoul)'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문구 자체로는 관광 홍보에 쓰이기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문구가 한복 입은 여성 이미지와 함께 쓰이면서 부적절해졌다. 주부 정 모(35)씨는 "서울에 와서 한복 입은 여성과 잊을 수 없는 체험을 하라는, 성매매 권유처럼 들린다"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뉴욕 거주 교포들도 광고안을 강하게 비난했다. 국제 구호 단체에 근무하는 김 모(33)씨는 "미국 남성에게 이 광고를 보여주자 돌아온 첫 대답이 '화끈한 한국 여성과 즐기러 오세요(Come see hot women?)'였다"며 "이 포스터를 다른 나라에 붙이는 건 세계적인 망신이다. 한국에 성매매하러 오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당장 광고안을 바꾸던가 아니면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인구 1000만, 외국 방문객 1540만명이 찾는 대도시 서울의 '현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여성의 이미지를 전통에 묶어둠으로써 '여성의 현재'도 보여주지 못한 총체적 실패"라며 "뉴욕시가 '페이머스, 오리지날, 뉴욕 시티(Famous, Original, New York City)'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뉴욕의 현재적 이미지와 특징을 살린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12월 18일부터 1월 14일까지 맨해튼 타임스퀘어 광장, 소호, 5번가 등 뉴욕시 전역에 서울을 홍보하는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라며 지난달 30일 광고안을 공개했다. 시에 따르면 서울광고는 1000여개 디지털스크린에 100만회가 노출되며 뉴욕시내 155개 버스승차소에도 게시될 예정이다.

이번 뉴욕 내 서울광고는 뉴욕시와 도시 공동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시는 지난 11년 아시아에서 처음이자 세계에서 네번째로 뉴욕시와 공동마케팅을 진행한 이후 6년 만에 재추진 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급히 시안 변경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시안은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 사이에 한복 체험이 유행함에 따라 이들에게 동양의 신비, 과거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서울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하지만  선정적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서울의 상징을 활용한 다른 시안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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